...는 우리 하숙묘. 


며칠전 가족들이 동네 길고양이들 먹이주러 나가면서 운동 좀 하라고 하숙묘를 데리고 나갔는데, 길고양이들 

다 챙겨주고 돌아와보니 이 녀석이 없어졌다고 한다. 

하숙묘가 집에 오래 있다 나가면 여기저기 놀러다니느라고 바로 안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족들은 

그런가보다 하고 들어왔다가 다시 밤에 찾으러 나갔는데 여전히 안 나타남. 

날이 추워지긴 했지만 지하 주차장도 있고, 우리집에서 길고양이 쓰라고 여기저기 뿌려놓은 스티로폼 집도 

있어서 하루밤 정도는 밖에서 놀다와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밤까지 이 녀석이 안 나타나니 슬슬 

문제가 심각해짐. 



우리 동네는 길고양이 밥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식 급식소만 없다뿐이지, 여기저기에 길고양이 밥과 

물이 풍족하게 있고, 주민들도 고양이한테 우호적인 분위기라 그런대로 길고양이들이 지내기 좋은편이다. 

그리고 우리 하숙묘는 워낙 이 동네에서 오래 산 녀석이라 주민들이 대부분 하숙묘를 알고, 우리집에서 

돌보는 고양이라는 것도 알기때문에 누가 위해를 할 가능성도 낮은 편이고. 

그래서 이 녀석도 그 환경에 편승해서 날이 따뜻할때는 맘이 내키면 2,3일간 밖에서 놀다가 들어온 전적도 

있긴 했다. 


하지만 수능 한파가 몰아닥친 겨울에 2일 이상 안 나타난다는 것은..........? 

이쯤되니 가족들이 집 근처 반경 100미터 이내를 아침 저녁으로 찾으러 다니고, 하숙묘가 걱정되서 다들 

밥맛도 없고 밤에 잠도 잘 안오는 지경에 이름. 


심지어 쥐롱이도 항상 들락거리던 하숙 고양이가 며칠째 안 보이니 충격을 받았는지 내내 건강하던 애가 갑자기 

토하고 난리가 났다. 

하숙묘는 실종됐는데 쥐롱이까지 아프니 일이 손에 안잡히고 정신이 하나도 없음. 


밥과 물은 밖에서 해결한다고 해도 이렇게 추운데 며칠씩 안 나타난다는건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난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몇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1. 납치 

하지만 이 녀석을 풀어놓은 장소가 주차장이고, 해가 진 다음이라 어두워서 동네 지리에 빠삭한 고양이를 

잡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2. 사고 

주차장만 벗어나면 차가 아예 안 다니는 산책로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것도 가능성이 낮고, 혹시 무슨 사고가 

있었으면 발견되기라도 했어야하는데 애가 아예 안 보임. 

3. 병사 

이 녀석이 그동안 병이 있는데 내색을 안하고 있다가 죽는 모습을 가족들한테 보이지 않으려고 떠나버린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동안 밥 잘먹고 통통하게 살찐 녀석이 병이 있었을리가 있나. 


그렇게 밤잠 설쳐가면서 별 생각을 다 하고 피곤한 나날을 보내던 나흘째 아침...

아침마다 혹시 하숙묘가 보일까 해서 창밖을 내다보시던 어무이가 밖에 하숙묘 비슷한 녀석이 보인다고 해서 

가족들이 당장 캐리어를 들고 뛰어갔더니 장본인이 맞음. ㅋㅋㅋㅋ 

이 상황을 집에서 내려다봤는데 이 망할놈이 가족들이 가까이 갈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캐리어에 넣으려고하니  

도망가는척 하면서 튕기는게 아닌가. 


그러니까 그동안 하숙묘가 집에 안 들어온 이유는 바로 가족들하고 같이 나갔던 날, 이 녀석이 뭘 해달라는걸 

상황이 여의치않아서 안 해줬더니 삐져서...라는 결론이 나온다. 

며칠간 가족들이 애타게 찾는걸 다 듣고있으면서도 안 나오셨다는 얘기. -_-+

이 추운날 집에 안들어와서 며칠간 가족들 밤잠 설치게하고 집고양이들까지 걱정시킨게 결국 하숙묘의 자존심을 

상하게했기 때문이라니, 진짜 고양이 똥자존심 대다나다. 


가족들을 혼내주기 위해 고육지계를 쓰던 하숙묘 녀석은 집에 들어오더니 며칠째 밥과 물을 한도끝도없이 먹고 

따뜻한 자기 집에서 하루종일 퍼자고 있다. 그럴걸 왜 안들어왔냐 바보야. 

아마 집에서 맘편히 밥먹던게 습관이 되서 밖에 사료가 널려있어도 눈치보느라고 못먹고 며칠 쫄쫄 굶은듯. 



이쯤에서 회상해보는 우리 하숙묘의 과거. 

얼굴이 꼬질꼬질한게 우리집에 온 첫날 찍은 사진. 

10년전 아버지가 로드킬의 위기에서 구해오신 고양인데, 처음엔 체구가 너무 작아서 2개월 정도로 추정했다가 

병원에서 치아 상태를 보더니 최소 6개월이라고 해서 깜놀했었다. 

굶주려서 제대로 못 자란건지 우리집에서 잘 먹더니 한달만에 부쩍 자라서 6개월짜리 고양이의 위용을 갖춤. 

생후 6,7개월까지 넓은 지역을 방황하던 녀석이라 집에서만 사는걸 답답해 해서, 이 녀석은 특별 케이스로 

밖에 들락거리는 외출형 고양이로 진화하게 되었다. (그대신 집고양이들과는 격리....) 

워낙 영리하고 생각이 많은 녀석이라 하숙묘 생활에 유리하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가족들이 자기 자존심을 

상하게했다는 이유로 며칠간 무단 가출을 감행해서 가족들에게 빅엿을 선사하는 골때리는 면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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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uv-holic.tistory.com BlogIcon luvholic 2017.11.25 10:1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깜짝 놀라셨겠어요ㅜㅜ 며칠동안 맘졸이셨을듯..돌아와서 다행입니다. 두 고양이 다 너무 귀엽네요~♡

  2. Favicon of https://goldsilvercat.tistory.com BlogIcon 대박이조하냥 2017.11.25 19:1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즘 날씨가 정말 장난아닌데..... 걱정 많이 하셨겠어요!
    무사히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ㅠㅜ
    한 마리는 가출하고, 한 마리는 토하고 진짜 냥이들이 개구쟁이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