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못 올린 이유는....


바로 이 분이 편찮으셨기 때문이다. 



명절 이후부터 간헐적으로 식욕 부진 현상이 시작됐는데, 며칠 잘 안 먹는가 싶다가 또 잘 먹을때도 있고 해서 

겨울동안 엄청 잘 먹었으니 계절이 바뀌면서 지가 스스로 체중 조절을 하는건줄 알았다. 

예전에도 잘 먹다가 덜 먹다가 하면서 식욕이 오르락 내리락 한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3월 들어서 식욕 부진이 계속되는건 물론이고, 음수량이 점점 늘어나는게 아닌가.;;; 

보통 고양이가 마시는 물의 양이 심하게 늘어나면, 신장 이상이나 당뇨병을 의심해볼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면서 감자가 잘 굳어지지 않거나 끈적해지는 것도 신장 이상의 증상)

고양이의 하루 권장 수분 섭취량이 체중 1kg당 50ml니까, 물루가 5~6kg라고 보면 250ml에서 300ml 정도를 

마시는건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마시는 물의 양을 측정해보면 또 그 범위를 넘지는 않는것 같고. 


식욕이 떨어지고 물을 많이 마시긴 해도 활동성이 떨어진건 또 아니고, 온 집안을 다 돌아다니면서 쥐롱이를 

구박하고 가족들한테 화내는건 여전해서 얘가 도대체 어디가 고장난건지 정말 답답했다. 



이게 바로 고양이 집사들이 가장 고통받는 상황. 

고양이가 밥을 잘 안먹어서 온갖 사료와 간식을 갖다바치면 먹을 생각이 있는것처럼 냄새를 맡아보고 

콤콤해하긴 하는데 막상 먹지는않고 밥그릇 앞에서 고개를 돌려버리는것. 

이걸 아침 저녁으로 몇날 며칠을 겪어보면 정말 엄청난 좌절감이 몰려오는건 물론이고, 안 먹을때마다 

속이 타들어가는것 같고, 나중엔 나도 입맛이 없어져서 물루하고 같이 굶었다. 


고양이 걱정으로 모든 덕질 올스톱에 집사 체력도 방전이라 글이고 뭐고 머리도 안 굴러가는 사태 발생. ㅋ 



하지만 막상 장본인은 밥을 깨작대는것에 비하면 또 나름 원기왕성하셔서 집사를 헷갈리게 했는데....

계속 이런식으로 참새 눈물만큼 먹다보면 영양부족으로 지방간이 될수도 있고, 혹시라도 신장에 이상이 있다면 

초기에 발견하는게 낫다 싶어서 물루가 스트레스받는걸 감안하고 특단의 조치로 병원행을 결정했다. 


주변에 동물병원이 많긴하지만 장사속만 내세우고 사람 실망시키는 병원이 한두군데가 아니라, 갈만한 병원을 

고르는 것도 큰일이다. 전에 하숙묘 방광염때 갔던 고양이 전문 병원과 동네에 새로 생긴 병원중에서 후자를 

선택했는데, 막상 가보니 예상했던것보다는 괜찮았다. 


물루의 증상을 얘기하니 의사도 딱 내가 예상했던 질환에 대한 얘기를 해줌. 

사람 애기 둘을 키우면 반 의사가 되고,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면 반 수의사가 된다더니. 

물루가 하도 낯선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서 진료실에 나도 같이 들어가려고 했는데, 고양이가 사나워서 

집사가 동석해야하는 경우가 아니면 안 들여보내준다고 해서 밖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물루가 얼마나 얌전했으면 의사가 진찰하고 나오더니 고양이가 잘 못먹어서 활동성이 떨어지는게 

아니냐는 얘기를 함....아니, 병원에 오기 직전까지 잘만 펄떡거리고 하악질할거 다 하던 앤데요..;;;; 



기본 검진과 혈액 검사를 해보니 생각보다는 큰 이상이 없고, 신장 수치 한가지와 혈당이 약간 높게 나왔는데 

혈당은 병원에 간 스트레스때문에 올라갔을 가능성도 있고, 신장 수치도 아주 심각한건 아니라고 함. 

아니, 이건 집사들이 가장 환장한다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고양이 상태가 안좋은' 바로 그 시나리오가 아닌가. 


딱히 큰 문제가 없는데 물루같은 증상이 나올때는 장염 가능성도 있다면서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권했다. 

(고양이 장염도 구토와 설사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런 증상이 없는 장염도 있다고) 

원래는 집에 데려가서 며칠 상태를 더 보고 검사해도 된다고 했는데, 병원에 간김에 확실한 원인을 알아보고 

신장 문제도 확실히 확인 해둘겸해서 그냥 검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장염 당첨....;;; 

알러지 반응으로 소장 벽이 두꺼워졌는데 이것때문에 애가 뭘 먹으면 소화시킬때 통증을 느껴서 배가 고파도 

많이 못먹고, 먹은게 잘 내려가질 않으니 그만큼 물을 많이 마신거라는 이야기다. ㅠ 

(사람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켰을때 두드러기가 생겨서 피부가 두꺼워지는 것과 비슷한거라던가...) 

문제는 이게 단순 장염인지 세균성 장염인지를 구분해야하는데, 단순 장염이면 열흘 정도 약을 먹으면 완치되지만 

세균성 장염일 경우엔 약을 먹고 치료가 되도 약을 끊으면 또 재발할수도 있다고 한다. 

확실히 구분하려면 장 조직을 떼내서 생검을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마취가 동반되는 수술을 해야하니 물루 나이에 

그런건 무리고, 그냥 약을 먹이면서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두시간 정도만에 캐리어에 담겨 진찰실에서 나온 물루는 스트레스때문에 딱딱하게 굳었고 애가 넋이 나갔음.;;;;

캐리어에 손을 넣고 한참 만져주고 달래줬는데도 계속 굳어있었는데, 이 문제는 집에 오니 자동 해결. 



병원에서 스트레스 받다가 집에 오니 이 방 저 방 돌아다녀보고 스크래처 위에 올라가서 긁어보기도 함. 

의사가 못먹어서 활동성이 떨어진거 아니냐고 했던 고양이 맞나....역시 명불허전 집구석 호랑이. 

사진은 한참 몸단장중에 찍힌건데, 각도때문에 무슨 애기 고양이처럼 나왔다. 

초음파 찍느라고 안그래도 민둥민둥한 배때기 털을 거의 다 밀렸음. 

지가 몸이 안좋아서 병원에 다녀온걸 알았는지, 집에 온지 얼마후에 접시에 있던 사료를 절반 정도 먹었다. 

최근에 이 정도로 많이 먹은건 이 때가 처음이라 감동...ㅜㅜ 



원래 묵직했었는데 최근에 잘 안먹어서 가뿐해졌다 했더니 몸무게가 4.5kg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검사 결과 단백질 수치는 정상인걸 보면 그동안 억지로라도 먹인게 도움이 되긴 했나보다. 

생으로 굶어서 단백질 수치가 떨어졌다면 복수가 차거나 다리에 부종이 생길수도 있는데, 그러면 예후가 상당히 

안좋아진다고 한다. 


전반적인 검사결과는 양호한 편이고, 식욕 부진의 원인을 확실히 알아내서 앓던 이를 뺀것처럼 시원하긴 한데 

문제는 열흘간 하루에 두번씩 약을 먹여야 한다는것. 

캡슐을 도대체 어떻게 먹일것인가 고민하다가 각잡고 시도해봤는데 두번만에 성공했다.....??? 


고양이한테 캡슐약 먹이기. 

1. 접시에 마실 물과 티스푼을 준비하고 손을 깨끗이 씻는다. (손톱은 짧게 정리)

2. 바닥에 앉아서 다리사이에 고양이를 앉히고 왼손으로 입을 열고 오른손에 든 캡슐을 목구멍으로 밀어넣음.  

3. 먹인 직후 티스푼에 물을 떠서 고양이 입에 흘려넣는다. (2,3 스푼) 

4. 약과 물이 잘 내려가도록 몇초간 앞발을 들고 선 자세로 있게 하는것도 좋음. 

 

집사의 약먹이기 스킬이 1단계 상승했습니다. 


하숙묘는 사나워서 이게 불가능한데, 물루는 상대적으로 순해서 성공한것 같다. 



오랜만에 병원 체험을 하고오더니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는지 그 동안 안 가던 자리도 골고루 돌아보는 물루. 

흰색 고양이가 아프니 뭔가 더 불쌍해보이는데 빨리 완치되서 전처럼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그래도 13살된 고양이 치고는 몸 상태가 좋다고 하는걸보면 그동안 집사가 그런대로 잘 키우긴 한건가...? 



요즘 한참 식욕이 폭발해서 어떤때는 물루 몫까지 먹어치우는 쥐롱이. 

두 녀석 식욕을 합해서 반반씩 나눴으면 좋겠다. 한놈은 안먹어서 걱정, 다른놈은 너무 먹어서 걱정이니. 



요즘 물루한테 신경쓰느라고 상대적으로 쥐롱이한테 소홀하고, 물루때문에 온가족이 병원에 출동해서 쥐롱이만 

집에 혼자 놔뒀더니 그게 서러웠는지, 병원 다녀와서 안아주니까 한참을 우엉우엉 하면서 울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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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inubaguni.tistory.com BlogIcon 비누바구니 2018.03.18 10:3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댓글 쓰는 법 찾기가 힘들었어요 --;;
    그렇게 마음 쓰신 것이 남에 일 같지 않아요
    괭님들 상태가 조금만 이상하면 그야말로 날마다 살얼음판이니까요
    병원 스트레스도 괭님들 경우에는 이러다 되려 병 생기겠다 싶을 정도니...
    믈루 병원 다녀온 후 쥐롱이가 하약질은 않던가요?
    우리집은 일주일 갑디다, 하악질
    약 먹일 때 저는 목구멍에 달라붙을까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을 잔뜩 묻혀서 넣어주고
    주둥이를 잠시 잡고 있었어요. 두 번에 한 번만 성공 했지만 ㅜ.ㅜ

    무조건 먹어야 산다 싶으니 좀만 이상해도 좋아하는 것 마구 주다가 샤꾸들
    버릇만 오만상 나빠지고 말입니다

    같이 속이 상해서 초면에 주절주절 했네요
    집사라면 누구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18.03.18 11:0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고양이 걱정때문에 일이 손에 안잡힐 정도였는데 그래도 원인을 알고 일단 약을 지어오니
      좀 안심이 되네요.
      쥐롱이는 워낙 소심한 녀석이라 하악질은 안하더군요. ㅋㅋㅋ
      애기들이 아프고나면 어리광이 는다더니 물루도 요즘 장난아닙니다.....;;;
      저도 약 먹이면서 목구멍에 달라붙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올리브 오일 한번 써봐야겠네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사들 마음은 다 똑같은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