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치료중 지난주 주말에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던 물루. 

투약 이후 며칠간 밥도 그런대로 잘 먹더니, 어느날 갑자기 밥을 안먹는건 물론이고 하루종일 물도 안마시고  

기운없이 늘어져서 잠만 자는게 아닌가. 

전날까지도 멀쩡했던 애라서 낫느라고 잠을 많이 잔다고 생각했는데, 밤부터 갑자기 숨을 몰아쉬기 시작. 

전에 키웠던 강아지가 딱 이런 증상을 보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너무 놀라서 그날밤은 꼬박 새고 

다음날 물루를 들쳐업고 병원에 달려갔다. 


병원에 다녀온 직후의 물루. 사진상으로도 아파보인다. 이때도 여전히 숨을 몰아쉼. 


일단 기본 검진과 초음파, 피검사. 

기본 검진 결과 내가 제일 걱정했던 탈수는 다행히 정상이었고, 초음파를 해보니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1주일 

전보다 소장벽의 부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아있었다.    

그런데 피검사 결과가 매우 암울함. 

둘중에 하나만 높던 신장 수치는 둘다 정상보다 높아졌고, 정상이었던 간 수치도 엄청 올라갔음. 

그것도 심각하지만 당장 애가 숨을 몰아쉬는게 문제라, 원인 파악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다. 

호흡 곤란의 원인으로 의사가 의심한건 흉수였는데, 막상 찍어보니 심장이 약간 부어있고, 폐의 일부가 

약간 흐릿한게 폐 일부에 물이 차서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것 같다고 함. 


하....이때 진짜 아무 생각도 안나고 그냥 앞이 깜깜하더라. 

검사 결과와 의사의 소견 등등 물루의 상태에 대한 의사의 정보 폭탄이 쏟아지는데, 전날밤을 꼬박 새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상황에 멘붕까지 겹쳐버리니 아무 생각도 안나고 도대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기운없는 와중에도 평소에 좋아하던 스크래처에 올라가서 잠을 청하는 물루. 


엑스레이 결과에 대해 의사는 심장병과 폐 질환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더 자세한 검사를 해서 심장병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남은 평생 약을 먹으면서 관리를 해야할거라고 했다. 

장염은 아직 완치된게 아니라 약을 더 먹어야하는데, 간 수치가 올라갔으니 간을 보호하는 약을 추가해서 

20일 정도는 더 먹여야하고, 호흡곤란 문제는 하루 정도 입원시키면 수액 꽂아놓고 약물을 투여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해서 폐에 물이 찬게 확실하다면 이뇨제로 물을 빼내고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대충 이런 얘기였던것 같은데, 멘붕으로 뇌활동 정지 상태라 자세히 기억나진 않는다. 

좌절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정보 폭탄을 쳐맞으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알수가 없음. 

하지만 다시 정줄잡고, 그냥 애를 집으로 데려가는걸로 결정했다. 



숨을 몰아쉬고 너무 기운없고 아파보여서 보기만해도 마음이 아팠던 병원 다녀온 날 저녁의 물루. 


강아지 짖는 소리와 소음때문에 멀쩡한 나도 병원에 계속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길것 같은데, 안그래도 낯선 장소를  

싫어하는 물루를 거기에 놓고오면 극한의 스트레스때문에 애가 잘못될지도 모르고, 당장 간 수치가 올라간 애한테 

계속 약물 폭탄을 투여하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물루는 전 주인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기때문에, 자기가 몸이 아파서 버려진거라고 생각할수도 있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일단 물루가 제일 좋아하는 집에 데려가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편안하게 해주는게 

최선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밥을 못먹으니 속을 좀 편하게 해준다는 주사를 맞고, 간을 보호하는 성분이 들어간 

장염약을 처방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눈물이 나는건 어쩔수가 없어서, 궁상맞게 병원에서 

물루를 붙들고 혼자 질질 짰음. 



그런데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또 그렇게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간 수치가 올라갔지만 약을 먹느라고 일시적으로 올라간거라면, 투약을 중단하면 정상으로 돌아갈것이고, 

신장 수치가 조금 높은 편이지만 그것도 아주 심각한건 아니고, 치료제의 독성때문에 갑작스러운 호흠 곤란이 

온거라면 그것도 약을 안 먹이면 해결될것 같았다. 

1주일간 약먹고 장 상태도 호전됐으니 일단 장염 치료제를 먹이는걸 완전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병원에 다녀온 날 온가족이 하루종일 물루를 돌봐줬더니 기분이 좋았는지 골골대기도 하고, 한밤중이 되자 

하루 정도 지속되던 호흡 곤란 증상이 기적적으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역시 약먹는 스트레스와 장염약의 독성이 문제였던가.....

앞으로 약을 먹일때는 일단 1주일 정도 먹이고 간수치를 확인한다음 다음 투약 여부를 결정해야할듯. 

간 수치 급상승으로 인한 쇼크로 다른 증상이 한꺼번에 몰려온건지도 모르겠다. 



투약을 중단하는 대신 대체재로 먹인것들. 


1. 유산균 + 프리바이오틱스 

사람의 장염에도 유산균이 효과적이라, 급한대로 약 대신 유산균을 먹여보기로 했다.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파우더 스틱 한개에 유산균 캡슐 한개를 섞어서, 1회 분량으로 0.5g을 

물 3큰술 정도에 녹여서 티스푼으로 떠먹였음.  

프리바이오틱스는 올리고당 베이스의 당질이라서 조금이나마 영양 보충의 효과도 있고 겸사겸사. 


2. 북어국 

간 수치가 올라가서 해독용으로 북어국을 끓여서 먹였다. 

밥공기 4분의 3정도의 물에 황태채 두세 가닥을 썰어넣고, 심장에 좋다길래 다시마도 작게 두조각 추가. 

황태채와 다시마는 소금기를 빼기위해 물에 살짝 씻어서 1X1cm 정도의 크기로 썰어넣음. 

이렇게 끓인걸 몇시간마다 3큰술 정도씩 나눠서 먹이면 된다. 

토하면 안되니까 먹일때 티스푼으로 천천히 3번 정도 먹이고 좀 쉬었다 다시 먹이는 식으로. 

예전에 중성화 수술/감기였을때도 북어국을 먹고 기운을 차렸기때문에 동물이 아플땐 북어국이 만능이다. 

이렇게 계속 먹이면서 구토나 설사만 안한다면, 탈수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고. 

천만다행으로 이렇게 먹인것들을 토하지는 않았다. 


3. 물에 불린 사료/유동식 

딱딱한 사료를 먹는게 힘든것 같아서 소량의 사료를 살짝 물에 불려서 줬더니 조금씩 먹음. 



그리고 이렇게 먹이기 시작한지 이틀이 지나자..... 

물루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 



으아, 이 알흠다운 모습.....ㅜㅜ 



며칠간 물루때문에 속이 타들어가다가 드디어 기운차려서 밥먹는걸 보니 정말 천국같다.  

고양이 덕분에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다 경험해보네. 



밥먹고 기운차리더니 표정도 다시 똘망똘망해지고, 화 잘내는 성격도 돌아왔다. 

아프다 살아나더니 어리광이 대폭발해서 조금만 수틀리면 크아악거리면서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가족들은 

성질부려도 좋으니까 건강하기만 하라면서 마냥 오냐오냐하니 집에서 자기가 최고인줄 알고있음. 



기운이 없어서 못 올라가던 소파위에도 혼자 올라가서 예전처럼 앉아있곤 한다. 



그동안 잘 못먹어서 위가 줄었는지 한참 잘 먹을때보다 식사량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잘 먹고 잘 싸고 

호흡곤란 증세도 완전히 없어진걸 보면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긴것 같다.  

하지만 이 녀석 나이가 있다보니 아직도 조심스럽긴 하다. 



요즘은 예전처럼 집안을 활보하기도 한다. 

숨을 몰아쉬면서 기운없이 늘어져 있을때가 언제였나 싶음. 



키우는 동물이 뭔가 이상하다 싶을때는 일단 병원에 가는게 맞다. 

물루도 장염인줄 모르고 밥을 안먹는걸 마냥 방치했다면 단백질 수치가 내려가서 위험했을텐데, 약을 먹고 

장염이 나아지긴 했으니까. 

(방광염같은건 닥치고 병원행이다. 초기에 며칠간 약먹으면 나을수 있는걸 그대로 방치하다가 결석으로 

발전해서 평생 약을 달고살게 만들수도 있다.) 


하지만 집사가 병원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최선의 판단을 하는게 중요할 때도 있다. 

의사는 최악의 상태를 가정하고 증상에 대한 치료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동물의 심리나 스트레스, 전체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배려를 간과할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최종적인 결정은 집사가 내려야 한다. 


만약 그날 물루를 입원시켰다면, 입원 동물이 한두마리가 아니니 당직 의사가 물루만 돌볼수 있는것도 아니고, 

사방에서 아픈 동물들이 울거나 짖어대는 병원에서 물루가 안정도 못할테고, 안그래도 몸이 아픈데 버림받았다는 

좌절감까지 겹친 상태에서 계속 약물 투여를 받았다면 혼자있던 물루가 어찌됐을지는 상상하기도 싫다. 

입원시켜서 치료를 받으면 상황이 호전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몰라도, 나이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장기가 약해진 

상태라 치료를 하면 할수록 최악의 상황에 근접할 뿐이라는걸 확인하고나니,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차라리 편안한 

집에서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하게 지내게 해주는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결국 물루가 극적으로 회복된걸 보면, 역시 동물의 생명력은 무시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면서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봤는데, 이번엔 운좋게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리고 물루를 걱정해주던 쥐롱이의 근황. 



평소에 투닥거리긴 해도 야밤에 둘이 우다다도 하고, 물루에게 같은 네발잡이라는 동질감을 가졌던 쥐롱이는 

물루가 아픈 이후로 걱정하느라고 그런건지 약간 우울증에 빠졌었다. (그래도 여전히 밥은 잘 먹음;;) 

가족들의 관심이 죄다 물루한테 집중되서 더 그랬던것 같은데, 



물루의 상태가 호전된 이후로 쥐롱이도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나이든 동물들을 모시고 사는건 정말 쉽지않다. 진짜 이번에 지옥을 경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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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inubaguni.tistory.com BlogIcon 비누바구니 2018.04.02 18:2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후로 쭈욱 괜찮은 거지요?
    저도 아이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만 다르게 행동하면 가슴이 철렁철렁 합니다
    쥐롱이도 아닌게 아니라 관심 뺏겨서 스트레스 좀 받았겠네요 ㅎㅎ
    물루가 나아졌다니 이나마 웃음도 나오네요
    아이 붙잡고 우는 마음이...

  2. Favicon of https://haelfather.tistory.com BlogIcon 첫걸음 한걸음 2018.04.02 22:1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이고 어째요 저도 집사인데 ㅠㅠ 가슴이 아프네요

  3. BlogIcon 토리 2018.06.27 00: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집사님 너무 존경스러워요!! 어떻게 배려심이 이렇게 깊고 냥님들을 자식처럼 생각하시는지ㅠㅠ 집사님 글 읽을때마다 사랑이 느껴져요..! 물루 몸이 나아져서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바랍니다ㅠㅠ

  4. 2018.06.27 17: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18.06.27 18:0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댓글 감사합니다. ^^
      그런데 제가 유산균하고 같이 먹인건 '프리'바이오틱스입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이 장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품 종류예요.
      경험상 유산균만 먹을때보다 프리바이오틱스와 같이 복용했을때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물루는 간수치때문에 더 이상 투약을 할수없는 상태라 장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이라도 먹여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