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안데르센 동화를 하나 보고 가자. 


공주와 완두콩 한 알  

어느 나라의 왕자가 진정한 공주와 결혼하고 싶어했는데, 아무리 많은 공주를 만나봐도 진짜 공주다운 

사람을 찾을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비오고 바람불던 날, 행색이 초라한 여자가 궁전에 찾아와 자기가 

공주라면서 하룻밤 재워달라는 부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리즈벳 츠베르거의 그림. 

이 작가의 작품은 확실한 주제 묘사와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왕비는 이 여자가 진짜 공주인지 시험하기 위해서 침대에 푹신한 이불 수십채를 깔아놓고 맨 아래에 완두콩 

한 알을 넣어뒀는데, 다음날 이 공주라는 여자가 이불속에 돌같은게 있어서 온몸에 멍이 들고 밤새 한잠도 

못 잤다면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왕자는 그런 섬세함이 진정한 공주다운 모습이라면서, 이 예민보스 공주와 결혼 엔딩. *** 



짧고 딱히 건질만한 교훈도 없으면서 겁나게 황당한 내용을 자랑하는 이 동화는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안데르센 동화집에서 빠져있다. 

이 동화를 안데르센 자신의 경험에 대한 풍자로 보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동화로서의 가치는 꽝이라고 

볼수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화가 나름대로 유명한 이유는 수십채의 이불이라는 비주얼적인 

임팩트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인것 같다. ㅋ 


그런데 고양이 글에 왠 안데르센 동화가 소환되었는가....

우리집에 저 동화를 연상하게 만드는 공주님이 한 분 계시기 때문이다. 



짜잔~~~ 공주의 정체는 물루가 아니라 바로 쥐롱이. 



쥐롱이가 공주가 된 이유. 



이불 수십채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이 정도의 푹신함을 갖춰야만 쥐롱이의 침대로 인정받을수 있다. 

쥐롱이가 이러고 있는걸 볼때마다 저 안데르센 동화가 생각나서 참....ㅋ 



현재 여러겹의 이불위에서 주무시는 호사를 누리고있는 쥐롱이도 초창기는 비루했다. 

고양이들간의 선착순 서열때문에 침대는 항상 물루의 몫이었고, 쥐롱이는 침대위를 기웃거리기만 하는 처지. 



하지만 어느날 목욕하고 자신감 풀충전 상태에서 침대를 차지한 쥐롱이는 드디어 그 푹신함을 맛보게 되었는데...



침대 체험을 하기가 무섭게 집수리때문에 오피스텔 난민 고양이가 됨. 



난민 생활중에도 꿋꿋하게 창가를 사수하던 쥐롱이. 



집수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난민 생활의 여파로 초라한 상자 거주민이 된 쥐롱. 



그러던 어느날 새로 산 침대위에서 돌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쥐롱이 발견. 



그래서 소원대로 돌사진 찍어드림. 



그리고 막삼을 샀을때 돌사진을 초고화질로 다시 찍어드렸습니다.....



공주님답게 돌사진도 위엄있는 포즈로.  



하지만 큰 침대는 쥐롱이 전용이 아니었고, 침대에 미련을 버리지못한 쥐롱이는 어무이 옆에 껴서 자곤했는데....



침대도 푹신한데 그 위에 뭐라도 있으면 또 그 위에 올라가서 자는 쥐롱. 



어쨌든 이런식으로 기회만 있으면 시도때도 없이 침대를 노리던 쥐롱이는....



드디어 소원대로 침대를 독차지하는데 성공했다. 



겨울 한정이긴 하지만 이 쥐방울만한 녀석이 몇달간 침대를 독차지하게 되었음. 

....한마디로 인간이 고양이의 집념과 고집을 당해내지 못한다는걸 증명한 계기라 하겠다. 



어쨌거나 본론으로 돌아가서....

쥐롱이가 공주라고 생각되는 이유. 

1. 취향이 겁나게 까다롭고 고집이 셈 

쥐롱이 취향에 맞는걸 찾아주기도 힘든데, 자기 마음에 안드는건 절대 안씀. 고집이 대박이다. 

취향이 까다로운만큼 요구 사항도 많고, 울기도 잘하고, 말도 많고, 집사는 환장하고. 



2. 인사성이 좋음 

가족들이 나갈때와 들어올때 꼭 문가에 나가서 인사함. 

문제는 가족들이 귀가했을때 쥐롱이한테 아는체를 안해주면, 인사를 받아낼때까지 쫓아다니는 근성을 보여준다. 



3. 예의바름 

어무이한테 잡혀서 무릎에 앉아있는 모습인데, 나라잃은 고양이같은 표정을 하고도 예의바르게 행동하느라고 

도망도 안가고 얌전히 있다. 가정교육을 잘 받고 왔는지 나름대로 매너있고 예의바른 쥐롱이. 



4. 애교가 많음 

누워있다가 집사를 보면 일단 뒤통수를 땅에 들이박으면서 몸 비틀기 애교가 시작됨. 

안아주면 얼굴 들이대면서 코뽀뽀를 하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울음소리가 천차만별이라 듣는 재미가 있다.  



5. 성격이 온순하고 얌전한 편인데, 조용하게 사고도 잘침 

하악질이 일상인 물루에 비해 1년에 하악질을 한두번 할까말까일 정도로 성격이 온순하고 얌전한 편이긴한데, 

입양 초기에는 조용하게 사고를 잘 치고다녀서 나중에 발견하고 빡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도 철들고 집에 적응 완료한 다음에는 사고치는 빈도가 많이 줄었음. 


추운 겨울밤에 대파를 사러갔다가 주워온 녀석이라 대파 부록 정도로 생각했는데, 키우다보니 부록이 아니라 

어디서 공주님을 모셔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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