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엮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되면, 블로그에 글을 올릴 여력이 없어지는것 같다.  

연초에는 물루 병치레 때문이었고, 이번에는 몸이 안좋은 어린 길고양이를 임보하느라고 바빴다. 


우리집에서 먹이와 주거지를 챙겨주면서 겨울을 나게 했던 길고양이가 여러마리 있는데, 그중 한 마리의 

새끼가 바로 이 녀석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집과 인연이 있었고, 태어난 후에도 우리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던 녀석인데, 

나름대로 밥 잘먹고 잘 지내더니 날이 추워진 뒤로 밥을 안먹고 상태가 안좋아져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네분들이 구조해서 병원에 입원시켰다가, 입양 가정을 구하기전에 임시보호를 해줄곳이 필요해서 

결국 우리집으로 오게 됐다. 


우리집에 고양이가 들어오면 뭐다? 내 일이 두 배가 된다. 

다른 가족들은 집고양이 돌보는 스킬이 없고, 어무이는 알레르기때문에 닫힌 공간에서 고양이하고 

같이 있으면 안되기때문에, 이 녀석은 온전히 내 책임이 되었다. 

그래서 단기간이긴 하지만 내가 돌보는 고양이는 물루, 쥐롱이, 하숙묘에 이 녀석까지 총 4마리. 

짧은 기간이나마 이름이 필요할것 같아서, 좋은 곳에 입양가라고 임시 이름을 복동이라고 지어줬다. 


그리고 어떤 병이 있을지 모르니 집에 있는 고양이들과는 철저히 격리. 



고양이 키운 연차가 20년쯤 되다보니, 집에 널린게 고양이 용품이라 복동이가 오기전에 철제 케이지 꺼내서 

설치하고, 날이 추우니까 케이지 안에 쥐롱이가 안쓰는 이불집과 무릎담요를 넣어주고, 창고에 있던 고양이 

화장실을 닦아서 모래 부어 넣어주고, 긁을것이 필요할것 같아서 스크래처 리필을 스크래처 상자 뚜껑에 맞게 

고정해서 세팅해놓았다. 

식기는 전에 고양이 키우는 분이 좋은걸 주셨는데, 우리집 놈들은 낯설다고 죄다 안써서 싱크대 속에 묵히던걸 

드디어 꺼내서 쓰게 됨. 복동이는 잘만 쓰던데 우리집 놈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냐. 



아기 고양이 시절은 벗어났지만 아직 6개월이 안된 청소년묘인데다 월령수에 비해 체구가 작고 무게도 너무 

가벼워서, 우리집에 있는 동안 살 좀 찌우고 건강하게 만들어서 보내기로 작정함. 



우리집은 노묘 천지라, 집에 있는 사료중에 복동이한테 먹일만한건 고내추럴 전연령용 뿐이었다. 

다른 놈들은 맛없다고 잘 안 먹던거라서 복동이도 안 먹으면 어쩌나 했는데 기우였음. 

등급좋은 고단백 사료를 잘 먹으니 일단 살찌우기는 성공 조짐이 보이는데, 그래도 아직 어린애라 

애기 사료를 먹여야 할것 같아서 키튼을 새로 주문했다. 



기호성은 검증된 베스트 초이스 키튼 사료 소용량. 



그래도 아직 애기니까 키튼사료 비율을 더 높게 해서 섞어주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고내추럴만 

줄때보다 식사량이 좀 줄어들길래 고내추럴과 키튼을 반반씩 섞어주니 다시 폭풍 흡입. 



아프기전에도 밥은 잘 먹던 녀석이라 일단 병원 다녀오더니 먹는건 엄청 잘 먹었다. 

다른 고양이들과 격리를 해야되니 방에서만 지내는게 좀 답답해서 문제지,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방에서 

지내니까 하루하루 건강이 좋아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 


그런데 이 녀석이 첫날 생산한 맛동산을 보니 이건 전혀 맛동산이 아니네? 

묽은 치약같은 질감으로 응가를 생산한걸 보니 아무래도 밖에서 살던 녀석이라 장이 안좋은것 같았다. 

장이 안좋으면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가 안될테니 애가 체구가 작은게 당연하지. 



그래서 집에서 굴러다니던 장 영양제 인트라젠 정제형을 사료하고 같이 급여하기 시작했다. 

길고양이들도 주고 집고양이들한테도 먹여보려고 산건데, 이놈의 괭이들이 맛없다고 뱉고 난리를 쳐서 

이거 잘 먹는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그 녀석한테 주려고 놔둔건데 드디어 임자를 만났다. 

복동이 녀석은 아직 어려서 호불호가 없는지, 이것도 잘 먹었다. 

사료 위에 몇개 얹어주면 영양제부터 아작아작 씹어먹더니, 며칠 지나니까 묽은 응가에서 제대로 된 맛동산 

형태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역시 정제라서 효과가 빠름.  

이런식으로 문제를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고양이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복동이는 장이 약한것 외에 길고양이들의 종특 결막염까지 달고있었음. 

입양 가정 찾으려면 사진이 중요한데 몰골이 이래가지고 입양이 되겠나....

최악의 경우 입양이 안되서 살던 곳에 다시 방사를 한다고 해도 일단 눈은 좋아야되니까 병원에서 받아온 

점안액으로 결막염 치료도 병행했다. 



아니 그런데 무슨놈의 약을 줬길래 3일간 약을 투여했는데도 결막염이 낫질 않냐. 



오히려 눈꼽끼고 눈물을 줄줄 흘려서 눈 주변만 더 지저분해지고 눈꺼풀이 붙어서 눈을 못뜨기까지 함. 



눈도 제대로 못뜨는 녀석이 또 첫날부터 애교는 엄청나게 부림. 

사실 나는 집고양이 담당이고 다른 가족들이 길고양이 담당이라 나는 이 녀석을 임보 시작할때 처음 봤다. 

고양이들이 보통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고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는데, 복동이는 처음에만 좀 낯설어하더니 

금방 나한테 다가와서 다리에 비벼대고 골골대고 친한척함. 



내 평생 이렇게 붙임성좋고 사람 좋아하는 개냥이는 처음 봐. 



내가 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구석에 숨어있다가도 튀어나와서 반가워함. 

이러니 정이 들수밖에 없는데, 애가 결막염때문에 눈도 제대로 못뜨고 안 이쁘다고 아무도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안 나타나니 정말 안타까웠다. 

일단 키워보기만 하면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뻐할 녀석인데. 



그리고 이 녀석이 붙임성만 좋은게 아니라 엄청나게 영리했다. 

길에 살던 녀석인데도 우리집에 온 첫날 준비해놓은 화장실을 지가 알아서 썼는데, 모래 사용법을 잘 몰라서 

처음엔 바닥에 싸고 위에 모래를 덮어서 부침개를 만들거나 맛동산 제조하고 모래를 안 덮었는데, 화장실을  

치워주면서 이렇게 하라고 모래 사용법을 반복해서 가르쳤더니 며칠 후에는 화장실 사용법 완벽 마스터. 



복동이는 스크래처 쓰는 법도 금방 익혔다. 

야생에서 살던 녀석이라 아무데나 긁어댈까봐 스크래처를 놔주긴 했지만, 사실 별 기대는 안했다. 

첫날 오자마자 앞발을 스크래처 위에 올려주고 긁는 시늉을 하면서 사용법을 가르쳤는데, 조금 있다가 혼자 

스크래처로 가더니 내가 가르쳐준대로 긁어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처음 가르칠때 앞발만 올려놓고 긁게 했더니 그렇게 하는건줄 알고 스크래처 밖에 앉아서 긁다가 스크래처가 

딸려와서 제대로 긁질못하길래, 애를 스크래처 위에 올려놓고 긁는 법을 다시 가르쳤다.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올라가서 제대로 긁고, 벽지나 가구는 하나도 안 건드림. 


요 녀석이 정말 똘똘한게 화장실을 쓰다가 모래를 끌고나와서 방이 모래밭이 되니까, 며칠뒤에는 화장실에서 

나오면 꼭 스크래처 위에서 발바닥에 낀 모래를 빼고 나오는거다. 

이쯤되면 고양이계의 천재가 아닌가.  



보통 의자에서 자는데, 추울때는 이불집 속에 들어가서 앞발을 내놓고 자는 복동이. 

이렇게 사람 잘 따르고 영리하고 이쁜 녀석인데 못생겼다고 입양자가 안 나타나니 참 답답했드아...

내가 여건만 되면 입양해서 키우고 싶을 정도였는데, 집 안에만 두마리가 있고 가족들은 알레르기 환자라서 

세마리는 꿈도 못꿀 일이고. 



어쨌든 입양 가정은 계속 찾아야하니 결막염을 빨리 낫게 하는데 집중했다. 

점안액때문에 눈 주변에 굳어진 얼룩과 눈꼽을 물묻힌 솜으로 불려서 살살 닦아주니 좀 더 깨끗해졌고, 

약을 3일간 써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 방법을 바꿨다. 

하숙묘가 눈에 염증이 생겼을때 쓰던 사람용 안연고를 소량 발랐더니 슬슬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염증이 완전히 낫질 않아서 눈을 반밖에 못뜨면서도 사진 찍는다고 포즈 취하는거 보소. 



임시 집사가 방에 들어가니 반갑다고 마중나온 복동이. 

첫날부터 잘 따르긴 했지만, 밥 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챙겨줬더니 엄청나게 따르고 재롱부림. 

실시간으로 정이 드는데 나는 키울 형편이 안되고, 입양 보낼데는 마땅치 않아서 속이 타들어감. 



밥주면 신나서 우다다 뛰어오고, 화장실을 치워주면 발 옆에 발랑 누워서 재롱 부리거나 옆에서 구경하고 

의자위에서 자고있을때 쓰다듬어주면 엄청 요란하게 골골대고 좋아서 몸둘바를 모름. 



결막염도 점점 나아가고, 잘 먹고 따뜻한 곳에서 맘놓고 푹 자더니 살도 붙고 처음 왔을때보다 좀 자랐음. 

스크래처를 엄청 좋아해서 방에 들어가보면 스크래처에서 자거나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잘 먹고 잘 자고 재롱부리며 1주일을 보내고 나자....



심봉사_드디어_개안하다.JPG 



점안액에서 안연고로 바꿔서 치료하고, 물묻힌 솜으로 닦아가면서 관리해줬더니 1주일만에 드디어 눈을 떴음. 

못 생겨서 아무도 관심없던 고양이가 눈 다 뜨고 나니까 엄청난 미묘가 되었다. 

내가 고양이 한 마리 만든듯. ㅋ 


길어져서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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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05 15: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백송이 2018.11.05 22: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대단하세요. 이렇게 생명을 보듬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 과천공룡 2018.11.07 11: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으아아아 보송보송한 배 부비부비 하고 싶...진짜 냥이 한 놈 만드셨네요. 포스팅 뜸하셔서 어디 아프신가 걱정했어요. 다음편 기대..

  4. 브란덴부르크 2018.12.16 08: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너무 정리를 잘하셔서 제 블로그에도 올렸네요. 암튼 좋은일 하십니다 ^^

  5. Favicon of https://bbrr1599.tistory.com BlogIcon 뽀르링 2019.01.27 17: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음이 포근해지네요....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