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는 아무리 피곤해도 밤에 그대로 뻗어서 자면 안된다. 

아무것도 안하고 아침까지 퍼잘 경우 고양이들의 의식주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됨. 


고양이 집사의 취침전 루틴. 

1. 일단 집고양이 두마리와 하숙묘의 식수를 갈아준다. 

2. 각각의 밥그릇에 밤새 먹을 사료가 충분한지 확인하고 부족하면 더 채워준다. 

종이컵으로 60%정도의 사료가 그릇에 채워진 상태가 이상적인데, 오랜 경험으로 눈대중으로도 파악 가능. 

3. 식생활을 해결하고나면 그 다음은 화장실이다. 

두마리 기준으로 화장실 청소는 하루에 최소 두번인데, 자기전에 치워주지않으면 아침에 대참사의 뒷처리를 

하게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때문에 꼭 청소를 하고 자는게 집사의 신상에 좋음. 

다른 가족들은 전부 자는데 야밤에 혼자 감자와 맛동산을 캐다보면 뭔가 세상 서러워진다. 

4. 늦봄~초가을까지는 3번까지 해결하면 잘수있지만, 겨울은 다르다. 고양이들 난방 문제가 남아있다. 

두꺼운 종이 상자에 뽁뽁이를 둘러서 단열 문제를 해결한 하숙묘의 집에 열원을 공급하는 일부터 시작.  

열원이란 2.3L짜리 플라스틱 우유통에 끓인물을 80%정도 채운것인데, 이걸 그냥 집에 넣어주면 안된다. 

물이 새지않게 두꺼운 두겹 비닐봉지안에 담은뒤 철사끈으로 비닐을 묶고, 털스웨터에 감싸서 세운 상태로 

집에 넣어준다. 

우유병 뚜껑이 완전 밀폐가 안되기 때문에 눕혀서 넣었다간 고양이집에 물난리가 나고, 병을 

가득 채우면 물이 식었을때 통이 쭈그러들면서 물이 넘치기때문에 7,80%까지 채우는게 적당함. 

나름 상당한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응징의 노가다를 경험하면서 얻은 고양이 집사의 노하우. 

하숙묘의 난방 문제를 해결하고나면 큰건 거의 다 끝났다.  

물루와 쥐롱이는 각자 집에 넣어주기만 하면 되는데.....그게 쉽지않다. 



5. 쥐롱이는 집에 넣어주면 고분고분하게 잘 자는데 물루가 문제다. 

우리집에 오래 살아서 집사의 루틴을 빠삭하게 꿰고있는 이놈은 일단 집사가 일하는동안 자는척하고 있다가 

일이 다 끝났다 싶으면 그때부터 일어나서 같이 걷자고 조름.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지만 일단 하자는대로 해준다. 

밥 먹는걸 옆에서 봐주고 마루에서 방으로 서너번쯤 같이 왕복한뒤 지 생각에 흡족하다 싶으면 자기 집이 있는 

소파 위로 폴짝 올라가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살려줘) 



동굴집 앞에서 요렇게 앉는데, 집사보고 옆에 앉아서 지 궁디를 투닥투닥 해달라는 뜻임. 

그럼 옆에 앉아서 최소 10분간 궁디를 두드려주고 머리도 쓰담쓰담해줘야 되는데, 이때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하면 안된다. 이렇게 해주면 집에 들어가서 따뜻하게 자겠다는 다짐을 받아놔야 된다.  

안그러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고양이는 찬데서 자겠다고 계속 고집부리고 그야말로 혼파망이 됨. 

하여간 이렇게 투닥투닥 해주다가 멈추면 처음에는 화를 내는데, 지가 약속한게 있기때문에 동굴집에 

넣어줘도 웅웅대고 하악대면서도 일단 들어가긴 한다. 


이제 드디어 잘수 있구나.......이거 아님. 

집에 들여보낸 물루놈이 집사가 방에 들어가면 도로 튀어나와서 춥게 자다가 다음날 토하고 난리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2,30분 뒤에 다시 일어나서 물루가 집에서 자는지 확인해야한다. 



그래도 이쁜거 보면서 참는다. 

물루는 지난 봄에 아프다가 회복된게 벼슬이라고 왠만하면 어리광을 다 받아줬더니 이제 14살이 다된 

할머니 주제에 지가 무슨 애긴줄 알아.;;; 



솜뭉치같은 앞발에 포인트를 맞춰서 찍어본 사진. 

사실 이런 근접샷은 매우 위험하다. 저 펀치력 쩌는 동물이 언제 카메라를 때려서 골로 보낼지 모른다. 

내 디카 여러번 죽을뻔함. 



자기전에 봐주러가면 집사 얼굴만 봐도 골골대기 시작하는 쥐롱이. 

이 녀석은 잘 먹고 잘 싸고 따뜻한데서 자라고하면 고분고분하게 말도 잘 듣고 다 좋은데, 



얼굴이 작고 동안이라 얼굴만 볼때는 귀엽고 이쁘기만 한것 같지만 



그동안 살이 차곡차곡 찌긴 했어도 평균 수준은 유지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훅 쪄서 현재 

우리집 고양이들 중에 최고의 뚱뚱이가 되어버린 쥐롱이. 

살뺀다고 굶길수는 없고, 마냥 퍼자는걸 깨워서 움직이게도 하고 식사량을 약간 줄이고 밥주는 텀을 

조금 길게 해보기도 했는데 살이 빠지는 기색이 없다. 

잘 먹어서 건강하니 좋긴하다만 그래도 너무 살찌면 안되는데.....

사람 다이어트도 힘들지만 고양이 다이어트는 두배로 힘들다. 



'헐........? 내가 보이냥?' 

본인은 진지하게 커튼뒤에 숨어서 가족들한테 안 보일거라고 생각했나본데 집사가 사진을 찍었더니 

허탈해하는 쥐롱이. 이런 허당끼가 고양이들의 매력. 



이불장이 잠깐 열린 사이에 물루도 시도해 보았다. 안데르센 동화의 수십채 이불 공주. 

역시 공주 포스는 물루가 제대로군. 



원조 이불 공주 쥐롱이. 

거만한 포즈가 더 공주님에 가까워 보이는것 같기도....? 



여기저기 안좋은데가 많아서 손이 많이 갔던 복동이. 

그래서 복동이 임보 기간에 상대적으로 물루와 쥐롱이한테 좀 소홀했는데, 복동이 임보에 대한 

두 집고양이의 태도는 이러했다. 



우리집에 13년 사는 동안 집사가 듣도보도 못한 고양이를 데려와서 돌보다가 어딘가로 보내는걸 여러번 봤던 

물루는 이번에도 관조적인 자세로 임보 고양이가 다른곳으로 갈때를 조용히 기다렸고 



호기심많은 쥐롱이는 10살이 다 됐는데도 관조적인 자세 그런거 없음. 

복동이를 방에 격리했더니 새 고양이가 궁금해서 복동이 방 앞에서 이런 자세로 문틈에 코를 박고있기도 하고, 

포복 자세로 방문 아래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문이 열렸을때 복동이하고 눈이 마주쳐서 서로 동물원 되고  

난리도 아니었다. 


어쨌든 고양이 집사의 삶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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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천공룡 2018.11.30 21: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14살이나 됐군요. 저는 여태 대여섯살 아가(는 아니지만)인줄알았어요. 집사 생활하다가 본의 아니게 부지런해지죠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