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유명한 기생충을 봤다. 

언젠가는 봐야지 싶었는데, 영화가 워낙 유명해지다보니 내용이나 대사가 밈이 되어 돌아다니고 

보기도 전에 죄다 스포를 당할것 같아서 부랴부랴 찾아보았음. 


일단 영화를 본 감상은 

1. 러닝타임이 두시간이 넘는 영화인데도, 분량 채우려고 어거지로 집어넣은 장면 하나 없이 

깔끔하고 스피디한 스토리 진행.  

요즘 집중력이 작살났는데도 두시간 짜리 영화를 앉은 자리에서 다 볼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관객들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느껴졌음. 

 

2. 고매하신 평론가들이나 알수있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상징을 쑤셔넣고 영화로 철학하는 스타일의 

영화들과는 달리 누가봐도 쉽게 이해할수 있는 상징을 단순명료하게 전달함. 

골아프게 분석할 것도 없이 관객들은 그냥 감독이 보여주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다 이해가 되도록 만들었다. 



3. 부자들은 부유함이라는 안전망 덕분에 착하고 순진하고 해맑을수 있고, 빈곤층은 가난이라는 

정글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남을 속이고 아귀다툼 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거북한 현실을 포장하거나 

이리저리 말 돌리지 않고 그냥 직구로 꽂아버림. 

논란이 될만한 주제를 이 정도로 쉽고 담백하고 군더더기없이 표현했다는게 놀랍다.  


4. 1%의 상위계층이 99%를 차지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나머지 99%의 빈곤층 서민들이 1%를 놓고 

투쟁하는 상황을 부유층의 집 안에서 벌어지게 만든 아이러니. 

이 영화는 그 투쟁을 암투로 끝내지 않고, 두 빈곤층 가족의 물리적 충돌을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너무 노골적이라 바로 그 부분에서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 

영화의 메인 주제는 빈부격차지만, 부유층이 떨궈주는 부스러기를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빈곤층의 

비참함에 더 무게가 실리는것 같기도 하다. 

결국 기택 가족이 물먹인 대상은 같은 빈곤계층인 이전 고용인들이었으니. 



5. 조금만 삐끗해도 질척한 클리셰의 늪에 빠질수 있는 주제인데 끝까지 담백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 현실 풍자극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마무리함.  

기택의 가족이 몰락하게 된 과정은 지나가듯 던지는 한두개의 대사로 전부 설명된다. 

그래서 외국에서 개봉할때 '대왕 카스테라'를 어떻게 번역했는지 상당히 궁금했다. 

한국인들은 대왕 카스테라 말만 들어도 거기 얽힌 가족 흥망의 과정이 머리속에 쫙 그려지지만 

외국인들한테는 그 의미가 금방 와닿지 않을텐데. 



6. 영화를 클라이막스로 몰고가는 도구로 비를 이용하는 봉감독 특유의 스킬은 살인의 추억보다 

더 극적이고 세련되게 진화했다.  

비오는 날부터 생일파티까지 이틀 동안 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극단적인 롤코를 타게되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매 순간 쌓여가는 압박감은 보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내내 지하실이나 야간의 

어두운 환경에서 진행되던 사건들의 결과가 일제히 폭발하는 배경이 백주 대낮이라는건 충격을 

두 배로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대낮에 터뜨리고 다시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결말은 영화 흐름에 완벽하게 어울렸고, 

끝나자마자 다시 처음으로 돌리면 계절만 다를뿐 공간이나 배경 음악이 도입부와 똑같아서 마치 영화가 

계속  이어지는것 같다. 

탈출하고 싶어도 절대 빠져나올수 없는 빈곤의 늪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도입부와 결말에서 주인공 가족의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지지만....


7. 아무래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공감가고 이해가 잘 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그런 이유로 영화를 

보는 내내 거북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영화 장르는 블랙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한국인 입장에서 볼때는 현실적인 공포로 무장한 스릴러물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보고났는데 계속 생각나고 잔상이 길게 남는건 대체 뭐냐...

하필이면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봐서 임팩트가 더 컸던 영화 '기생충'. 



기생충 영국 포스터. 

영화에서 사용된 상징을 구석구석 알뜰하게 이용했다. 

계단, 인디언 텐트, 정원수, 수세식 변기, 어둠속에서 지켜보는 눈, 테이블 아래 숨은 사람, 복숭아, 그림, 

물에 잠긴 방, 전등, 수석, 그리고 계단 아래 쓰러져있는 사람까지. 



영국 포스터에서 주목할만한 부분. 

물에 잠긴 방에 또 지하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는데, 영화의 상징을 이용해서 결말을 절묘하게 표현함. 

그리고 위에는 테이블 밑에 사람대신 오스카 트로피를 넣어놓았다. ㅋ 

이게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나온 포스터라 설레발이 대단하다 했더니 결과는 오스카 4관왕. 



제일 기억에 남았던 장면. 

점점 좁아지는 길과 끝없는 계단이 두 가족의 사회적 계층과 빈부격차를 수직적으로 보여준다. 

송강호가 봉준호 감독 영화는 비도 많이 맞아야되고 계단도 엄청 오르락내리락 해야되서 힘들다고 

다음에도 봉감독 영화에 출연할지 고민해봐야겠다고 농담하던데, 이 장면 보면서 반은 진담이 

아니었을까 궁예해봄. 



영화에서 묘사한 수직적 계층 차이를 그대로 표현한 프랑스판 기생충 포스터. 

이것도 영화에서 사용한 상징을 적절히 이용한 잘 만들어진 포스터다. 



영화 속 박사장 저택의 내부 구조를 한눈에 보여주는 기생충 블루레이 표지. 

영화의 핵심 포인트를 깨알같이 짚어놓았다. 

안그래도 집 구조가 궁금했는데 이걸 보고 한방에 해결. 



인디언 텐트가 있는 다솜이 방과 부엌. (지하실로 가는 입구....) 



다혜의 공부방과 정원에 있는 텐트, 그리고 전등. 



기우와 기정, 복숭아, 가정부, 그리고 주차장의 인물. 



영화 보는 내내 불편하고 거북해서 한번만 보고 다시는 안 봐야지 했는데 막상 다 보고나니 밤에 잘때 

계속 생각나서 결국 다음날 한번 더 봤다. 

괴이하고 유니크하고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스타일의 독특한 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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