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인류 역사상 초유의 대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은 산너머 산너머 산너머 산이다. 

간신히 불길을 잡아놨더니 이젠 노심 용융이 빠르게 진행되서 콘크리트 차폐층을 뚫고 지하수를 오염시킬 

위험이 커지기 시작함. 

레가소프는 원자로 아래 땅을 파서 액체 질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노심 온도를 낮출 계획을 세운다. 



그 작업을 위해서 동원되는 광부들. 

이들은 방사능때문에 기대 수명이 대폭 줄어들수 있는 위험을 인지하고, 후유증에 대해 어떤 보상도 받을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기꺼이 작업을 떠맡는다.



6주 안에 열 교환기를 설치할 대형 땅굴을 파야되는데, 원자로에 충격을 줄까봐 전동 드릴같은 기계는 일체 

사용이 금지되고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작업해야하는 깝깝한 상황. 

게다가 원자로의 열기때문에 엄청난 고온인데도 작업자들이 먼지를 들이마실 위험때문에 환풍기 설치도 

거부당한다. 이런 난관 속에서도 광부들은 한달만에 땅굴을 완성한다. 

(원래 계획이었던 액체질소 주입은 비용 때문인지 난이도 때문인지 어쨌든 좌절됐고, 이 땅굴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어서 노심 용융을 막는 차폐물을 만들었다고 함.) 



폭발 현장에 출동했다가 방사능 피폭을 당한 바실리 이그나텐코를 비롯한 소방관들은 사고 2주만에 사망한다. 



소방관들의 유해는 2차 피폭을 막기위해 납관에 넣어지고, 무덤은 흙 대신 콘크리트로 덮힌다. 



체르노빌에서 지속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되면서도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레가소프와 슈체르비나는 

항상 KGB의 감시를 받는다. 

소련 정부는 관리 소홀로 인한 최악의 재앙이 터졌다는것을 국가적 수치로 여기고, 다른 나라에 사건의 

진상이 흘러나갈까봐 폭발 초기부터 관계자들을 철저히 감시하면서 사고를 축소, 은폐하기 바빴다.  



레가소프의 부탁을 받고, 사건 당일 근무자들의 증언을 수집해서 폭발의 원인을 조사하던 호뮤크도 KGB에게 

구금당한다. 

모든 과정이 끔찍함 그 자체인 사건의 뒷수습을 하던 두 사람은 심적으로 지칠대로 지쳤지만, 문제 해결과 

사실 규명을 포기할수 없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끝까지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제일 시급했던 폭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다음엔 끝없는 사후 수습 과정이 이어진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과 숲을 다 뒤집어 엎고, 더 광범위한 지역의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다.  



주민들이 전부 소개된 체르노빌 인근 도시들의 제염 작업이 시작된다. 



드라마에서 제일 보기 힘들었던 부분. 

소개된 주민들이 두고 간 가축과 반려동물들에 대한 살처분 과정. 

선임이 신병에게 절대로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지말라고 계속 강조하는게 그나마 좀 위로가 됐달까. 

애써 담담한 척 하지만 군인들도 멘탈이 깨지는건 어쩔수 없어서 작업 후에는 술로 현실 도피를 한다. 



원자로 쪽의 사후 수습도 끝이 없다. 

원자로를 차폐하려면, 폭발 때 주변 건물 옥상에 뿌려진 방사능 오염 잔해부터 원자로 쪽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하지만 건물 옥상의 방사능 농도가 어마어마해서 이 작업은 인력을 동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주과학 짬바가 있는 소련답게 월면차를 동원해서 옥상의 잔해를 치워 나가기 시작함. 

(붕소, 모래 5천톤에 월면차에 필요하다고 하면 다 구해다 주는 슈체르비나의 위엄) 



옥상 세군데 중에 두곳은 월면차로 해결됐지만, 나머지 세번째는 방사능 수치가 1만2천이라 어떤 기계도 

버티질 못한다. 

그래서 독일에서 고단위 방사능에 버틸수 있는 특수 기계를 가져오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정부가 선전용 방사능 수치를 독일쪽에 주는 바람에 옥상에서 기계를 가동하자마자 고장나버림. 

소비에트 연방에서 세계적 핵위기가 발생할수 없다는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이 모양이니 소련이 붕괴됐지) 



처음엔 절대로 옥상에 사람을 올리면 안된다고 강조하던 레가소프는 도저히 해결책이 안보이는 궁지에 몰리자 

바이오로봇, 즉 인력을 동원해서 잔해를 치우자고 제안한다. 

(차후 레가소프는 유언이 될 녹음 테이프에 '체르노빌에서 벌어진 모든것은 광기였다'고 술회한다) 



결국 엄청난 인력을 모아서 방사능 수치 1만2천 뢴트겐의 옥상에 한 팀당 90초의 시간 제한을 두고 잔해 치우기 

작업에 들어간다. 



체르노빌에 배치되기 전까지 총을 쏴본적도 없고 누군가를 죽인적도 없던 신병 파벨은 불쌍한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지않기 위해 점점 명사수가 되어가고, 마음의 고통과 죄책감을 잊기위해 술에 의존한다. 



소방관 바실리 이그나텐코의 미망인 류드밀라는 바실리의 사후 몇개월 뒤 출산을 하지만, 바실리를 간호할때 

피폭당한 방사능을 태아가 흡수하면서 신생아는 태어난지 4시간만에 사망한다. 

한 줌의 인간들이 저지른 잘못때문에 희생당하고 고통받는 사람의 숫자는 끝이 없다. 



도청과 감시를 피해 체르노빌의 폐교에서 다시 만난 세 사람. 

체르노빌 사건이 터지기 10년전, 레가소프의 동료가 RBMK 원자로의 문제점을 밝힌 논문을 썼지만, KGB에 의해 

핵심 부분은 삭제되고 논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우월한 소련 핵산업에 문제점이란 있을수 없다!!! 뭐 이런 미친....) 

정부가 은폐한 원자로의 근본적 문제점에 개노답 3형제의 실책이 합쳐진 결과가 바로 체르노빌 사건. 

호뮤크는 체르노빌 사건이 반복되는걸 막으려면, 비엔나 국제 원자력 기구 회의에 참석하는 레가소프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레가소프는 정부 당국이 강요한 답변만 하고 돌아온다. 



5부의 핵심 - 개노답 3형제의 재판. 

체르노빌 폭발 사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인 인재(人災)였다. 

사건의 발단은 사고 3년전, 이 개노답 3형제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조기 완공을 상부에 보고하고 훈장을 

받았지만, 완공의 필수 조건인 안전 시험은 하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전원 공급이 차단됐을때, 보조 발전기가 작동하기 전까지 터빈의 관성으로 생기는 전력량이 1분의 전력 공백을 

메워줄수 있는가를 알아보는것이 안전 시험의 목적. 



상부에 구라를 치고 훈장을 받은 개노답 3형제는 안전 시험을 3번이나 해봤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하고, 

네번째로 시도한 시험이 대재앙으로 이어진 86년 사고. 



사고 당일 타임라인은 상상할수 있는 모든 악재의 총합이었다. 

승진을 앞두고 소장 브류카노프는 4월 26일에 안전 시험을 지시하는데, 월말이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상부에서 발전소 출력을 유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바람에 모든것이 꼬인다. 

낮에 하려고 했던 안전 시험은 밤으로 미뤄졌고, 안전 시험 경험이 한번도 없는 야간 근무조가 참고할 것은 

불완전한 매뉴얼밖에 없었다. (+ 거기다 앞뒤 못가리는 디아틀로프가 감독)  

그리고 시험을 위해 반으로 낮춘 출력을 무려 10시간이나 유지하는 바람에, 원자로의 반응성을 낮추는 

부산물인 제논이 엄청나게 쌓이게 된다. 



안전 시험을 위해 엔지니어들은 출력을 낮추지만, 엄청나게 축적된 제논때문에 출력은 목표치 이하로 급감하고 

결국 반응로는 거의 꺼진 상태가 된다. 

생각이 있는 인간이면 안전 시험을 뒤로 미뤘겠지만, 승진에 눈이 먼 현장감독 디아틀로프는 시험을 강행하고 

제논때문에 출력이 목표치까지 올라가질 않자, 제어봉을 전부 빼버리라는 지시를 한다. 

이제 원자로의 반응성을 제어하는건 냉각수와 제논뿐이다. 



이 상황에 안전 시험을 한답시고 원자로의 전력을 차단하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고, 반응성이 치솟으면서 

출력이 미친듯이 상승하고 제논은 전부 연소된다. 

이제 원자로를 제어할수 있는 수단은 딱 한 가지, 비상 정지버튼인 AZ-5다. 

하지만 아키모프가 이 버튼을 누르고 5초 뒤에 원자로 뚜껑이 날아가고 대폭발이 이어진다. 



여기서 레가소프는 더 이상의 증언을 망설인다. 

이제까지의 설명대로라면 체르노빌 사고는 온전히 개노답 3인방의 책임이 되지만,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  

진실을 밝힌다면 정부와 국가에 대한 비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판장과 검사도 그걸 눈치채고 이쯤에서 재판을 끝내려고 하는데 



이때 슈체르비나가 나서서 재판의 중지를 막는다. 

"증언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슈체르비나와 레가소프에게는 이미 피폭의 후유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고, 평생 정부의 지시에 

충실한 전형적인 관료였던 슈체르비나는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진짜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체르노빌의 비극이 되풀이되는걸 막기위해 레가소프는 드디어 진실을 폭로한다. 

RBMK 원자로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제어봉 끝에 달린 흑연이었다. 

AZ-5 버튼을 눌렀을때 제어봉이 원자로에 삽입됐는데, 이때 원자로에 가장 먼저 닿는건 붕소가 아니라 

끝부분에 달린 흑연이었고, 가뜩이나 출력이 떡상승중이던 원자로와 반응성을 올리는 흑연이 만나자 

원자로는 그대로 원폭이 되었고, 4번 원자로 일반 출력의 10배를 찍으면서 몇초 뒤 폭발했다. 


제어봉 끝에 흑연을 달아놓고, 원자로 주변에 차폐물을 설치하지 않은것, 불완전하게 농축된 연료를 쓰는 

이유는 바로 비용 절감 때문이었다. (그 돈을 누가 해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어봉의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이 10년전에 나왔는데, 그걸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그대로 덮어버리면서 

그 문제점이 대참사로 터진 결과가 바로 체르노빌 사건. 



증언을 마친 후, 감금된 레가소프에게 찾아온 KGB 국장은 레가소프에게 사회적 죽음을 선고한다. 

레가소프의 증언은 절대 공개되지 않을것이고, 연구소의 직책은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죽은 뒤에는 존재 자체가 지워질 것이라고. 



KBG 요원들에게 끌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체르노빌 동료들을 바라보는 레가소프. 



떠나는 레가소프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슈체르비나와 호뮤크. 

(울라나 호뮤크는 체르노빌 사건 수습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캐릭터) 



KGB에게 끌려가는 마지막 장면에 레가소프의 독백이 이어진다.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진실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것이 체르노빌의 교훈이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레가소프의 비극적인 최후때문에 그가 남긴 녹음 테이프 내용은 널리 알려졌고, 결국 소비에트 연방에   

존재하던 16기의 RBMK 원자로의 문제점은 전면적으로 수정됐다. 

그리고 체르노빌 사건이 일어난지 5년 뒤, 소비에트 연방은 붕괴된다. 



오랜만에 보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였다. 

각본, 연출, 연기 무엇하나 빠지는게 없고 몰입감도 대단한 걸작이었지만, 이게 전부 실화라는 사실때문에 

감정 이입이 심하게 되다보니 한번에 몰아보기가 힘들었다. 


레가소프의 독백과 체르노빌 발전소 폭발로 시작되는 1부는 무작위로 툭툭 던져주는 식으로 상황 설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지만, 2부부터는 슬슬 내용이 감이 잡히고, 비주얼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3부와, 멘탈이 제일 심하게 깨지는 4부를 견디면, 5부에서 모든 의문점을 다 풀어준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5부까지 쭉 보고나서 다시 1부를 보면 그때서야 1부의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는 구조.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실질적으로 6부작이라 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4부가 제일 보기 힘든데,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거북하고 불편한 부분까지 

전부 그려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뛰어난 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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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천공룡 2020.03.31 00: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야구 보고싶어서 미쳐버린 와중에 넘 재밌는 포스팅 감사합니다. 영업당해서 바로 봐야겠어요!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20.03.31 12:5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야구 금단현상때문에 죽겠네요.
      지금쯤이면 벌써 개막전 끝나고 시즌 치르고있어야 되는데...ㅠ
      체르노빌 몰입감도 대단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드라마더군요.
      즐감하세요. :)

  2. Favicon of https://yesmen.tistory.com BlogIcon 헤이쭌 2020.04.08 01:2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소중한 포스팅글 잘보고 갑니다!
    벌써 수요일이네요.

    하루 마무리 잘하세요~

  3. 지나가던 여인 2020.04.12 15: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퍼오인 이후로 오래간만에 뵙는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마음에 드는 미드가 요 근래 몇년동안 계속 없어서 체르노빌을 추천받고 보기 시작했는데요.
    드라마 시작하고 몇분후(그러니까 1시 23분 45초 부분) 바로 숨이 컥 멎는 것 처럼 갑갑해서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절대 밝을 수 없는 분위기의 드라마라는 것, 실화라는 것 등등이 이 드라마를 보기 힘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적어놓으신 줄거리만 봐도 제가 보기에 힘든 드라마인것 같군요;;
    잘 만든 드라마임은 틀림없지만 이럴땐 참 아쉽습니다.
    요즘에 어떤 미드 보시는지요?
    저는 그나마 다 본 미드가 위쳐였습니다.
    소설, 게임에 대한 아무 정보없이 봤는데 아무 생각없이 봐서 그런지 나름 볼만은 했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요.
    글 잘보고 갑니다^^

  4. 아톰 2020.05.07 23: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여기가 리뷰 맛집인듯...리뷰 장인이신가봐요..이렇게 매번 정성들여서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체르노빌 저도 답답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얼만전에 봤네요. 작년에 국제공연예술제에서 벨기에 포인트제로 극단의 <잊혀진 땅>이란 인형극을 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봐서 완전 감동했답니다. 그 극단 사람들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체르노빌에 3회를 방문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지역 사람들이 다시 들어오고 현재에는 우리가 전쟁에 대해 무뎌지듯이 그들도 크게 인식 못하고 산다고 한더라구요. 그리고 그 지역에서 유기농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젊은이들은 몸에서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오면 보상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한다고 하는 내용이 있어서 매우 놀랐었어요. 아무튼 리뷰 잘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20.05.08 10:3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댓글 감사합니다. :)
      체르노빌 원전에 씌워놓은 방사능 차단 구조물은 100년후에 다시 교체해야되서 사실상 지금도 진행중인 사고인데 주민들이 복귀했다니 저도 좀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