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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helf

드디어 대망 12권 완독

by DreamTime™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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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구매했던 대망(원제 : 도쿠가와 이에야스) 12권을 드디어 다 읽었다. 

다 읽는데 한 3년 걸렸나....

작정하고 이것만 읽었으면 더 짧은 시간에 완독할수 있었겠지만, 앞부분에서 나름 흥미진진하던 

스토리가 뒤로 갈수록 점점 늘어지고 지루해지는데다, 전국시대라는 시대적 특수성을 등에 업은 

일본 특유의 잔인성과 끔찍함 때문에 박살난 멘탈을 추스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독서를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국시대의 잔혹함에 질린 멘탈을 수습하는 휴식기에 읽었던 책들.  

아이작 아시모프 - 파운데이션 7권 전집 

허먼 멜빌 - 모비딕 완역판 

유발 하라리 - 사피엔스 

레이먼드 챈들러 - 기나긴 이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딱히 일본 역사에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고, 심지어 피튀기는 참혹함의 최고봉인 전국시대는 

별로 건드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굳이 이걸 사서 읽게 된 계기는, 초딩 때 읽다가 말았던 

전집의 뒷부분이 궁금해서였다. 

예전에 하드커버 세트가 집에 있었는데, 겁나게 두껍고 어려워보이는게 호기심이 발동해서 

세로줄로 깨알같이 인쇄된 천 페이지짜리 1권을 다 읽고 2권 초반까지 읽었을때 책이 없어짐. 

아무도 안 읽는 책이라고 판단한 어무이가 책을 처분하셨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러저러해서 몇년만에 12권을 다 독파하고 난 감상은, 인간 세상에 왜 철학이 필요한지 

생전 처음 구체적으로 실감했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고차원적인 가치관과 철학이 없을때 인간 사회가 얼마나 쉽게 지옥이 

될 수 있는지, 이 대하 소설은 소름끼치도록 세밀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인 이에야스도 그 점을 깨달았던건지, 노부나가-히데요시에 이어서 자기 대에 이르러 

천하 평정을 이루고 나자, 사회 전반에 걸친 정신적 지배개념으로 유교를 채택한다. 

당대 최고의 유학자였던 퇴계 선생의 '경' 사상을 수입하고, 이 사상을 바탕으로 유교의 기본 

개념인 충효를 전파하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지방 영주들을 억누르고 계급의 차이를 공고히 

해서 또 다른 전국시대를 막기위한 정치 개념으로 이용되면서 민중에게 제대로 흡수되지않고 

겉도는데다, 근본적으로 철학과 사상과 인식의 깊이가 너무도 얄팍하다보니 소설 후반부에서 

이에야스가 설파하는 도덕 개론은 같은 얘기의 무한 반복일 뿐이라 지루함이 상상초월이다. 

신토와 불교를 짬뽕한 개념으로 이에야스는 도덕적으로 완전한 신불(神佛)이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자기 자식도 희생시키는 완전한 인물이라는 얘기가 12권 내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앉았으니, 내가 지금 책 진도를 나가고 있는건지 앞 부분을 다시 읽고 있는건지 

머리가 다 몽롱해질 지경이다. 

이런 중언부언 전개는 본격적인 이에야스 파트인 9권부터 12권까지 거의 공통적이라 

읽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데 한 몫 단단히 한다. 

 

소설은 크게 3부 정도로 나눌수 있는데, 

1권~4권 중반 : 노부나가 

4권 중반~8권 초반 : 히데요시 

8권 초반~12권 : 이에야스 

각 부분의 최고 실세를 기준으로 구분하자면 이렇게 됨. 

 

이 중에서 소설적으로 제일 재미있는건 역시 노부나가 파트가 되겠다. 

전국시대 절정기라 끔찍하기도 오지게 끔찍하지만, 그래도 이에야스 집안의 개성있는 가신들, 

이마가와 요시모토, 오다 노부나가, 다케다 신겐, 우에스기 겐신 등의 쟁쟁한 센고쿠 다이묘들과 

그 휘하 중소 영주 집안의 인물들, 그 주변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급박한 사건 전개와 얽혀서 제일 

흥미진진한 것도 사실이다. 

쓰고보니 저 중에서 에도 막부 시대까지 살아남은 집안은 천하 쟁탈엔 별 관심이 없고 다케다 신겐 

괴롭히기가 일생의 취미였던 우에스기 겐신의 가문 뿐이구만. 

노부나가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했던건 역시 그 시대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덴가쿠 골짜기 

전투라 하겠다. 

여기서 가장 세력이 강했던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죽음을 당하고, 한창 뻗어나가는 신흥 세력이었던 

오다 노부나가는 승승장구해서 결국 교토를 차지하는 상경전에 성공하고, 왕실을 손아귀에 넣어 

명실상부한 전국 최강자가 된다. 

 

4권 중반에 혼노사 사건으로 노부나가가 죽고, 주고쿠 정벌에 파견됐던 히데요시가 광속으로 

수도에 복귀한 뒤에 아케치 미츠히데를 제거하고 최고 실권자로 등극함. 

히데요시 파트는 노부나가 파트에 비하면 노잼이지만 그래도 뒷부분 이에야스 스토리보다는 

재미있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참 읽기 껄끄럽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백만번 부관참시를 해도 부족한 천하의 X놈 히데요시 스토리를 읽는다는 

자체가 DNA 레벨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거부감을 유발하기 때문임. 

7권 정도에 이 X놈의 X끼가 임진왜란을 일으키는 얘기가 나와서 빡침이 두배가 되는데, 작가가 

우상화하려는 대상이 이에야스이고, 그 이에야스는 조선 침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임진왜란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나오고 그나마도 나름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끔찍한 내용으로 점철된 이 대하소설에서 가장 잔혹한 부분도 히데요시 파트에서 나온다. 

늦게 얻은 두번째 아들 히데요리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히데요시가 후계자로 키우던 

조카 미요시 히데쓰구와 그 처자를 애기들까지 전부 끔찍하게 처형하는 이야기. 

이 부분 읽고 너무 질려서 한 동안 책에 손도 안댔음. 

 

8권 초반에 X놈의 X끼 히데요시가 위암으로 X진 다음, 최고 실력자로 부상한 이에야스에게 

도전하는 이시다 미쓰나리의 세키가하라 전투 빌드업이 8권 내내 전개되고, 9권 초반부에 

히데요시의 가신들이 이에야스파와 미쓰나리파로 갈라져서 한바탕 난장을 벌이는 희대의 

파워게임인 세키가하라 전투가 벌어진다. 

세키가하라 전투의 압승으로 이에야스는 자타공인 부동의 최고 실권자가 되고, 그 이후 위치가 

애매해진 도요토미 가문과의 공존을 위해서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는 문관 최고 지위에 

올려놓은 다음, 자기 가문은 전국 무관을 통솔하는 막부로 출범시킨다. 

그 다음은 이에야스가 기용한 광대출신 광맥잡이 오쿠보 나가야스의 음모, 호시탐탐 이에야스의 

지위를 노리는 전국 영주 다테 마사무네 스토리, 포교와 무역을 통해 일본에 들어온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인들의 구교 신교 갈등이 일본인들에게까지 전파되는 과정, 에도 막부와 오사카 성의 

갈등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가 정말 신물나도록 지루하게 펼쳐진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작가의 이에야스 우상화가 도를 넘기 때문에, 역사적인 팩트 체크를 통한 

대대적인 필터링이 필요하다. 

장남은 방치하다 죽게 만들고, 6남한테는 근본없는 광대 출신을 가신으로 붙여주고, 자기손으로 

다테 마사무네의 사위로 만들었으면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6남 다다테루의 영지를 몰수하고 

폐성에 유폐시킨 이에야스를 평화를 위해 자식도 희생시키는 부처같은 인물이라고 우상화하는데 

그게 설득력이 있을리가. 

 

 

각각 천 페이지 안팎인 12권을 다 읽고나서 느낀건, 이제 어떤 책을 봐도 분량때문에 질릴 일은 

절대 없을것이란 사실. 

대망 끝내고 읽다 말았던 안나 카레니나를 중간부터 다시 읽고 있는데, 전에는 지루하게 느껴졌던 

콘스탄틴 레빈의 농노해방 이후 러시아 농업에 대한 논쟁이 선녀로 보인다. 

고차원적인 철학의 부재로 그럴듯한 문장 몇 개만 무한 반복하고, 핵심 주변을 빙빙 돌면서 변죽만 

울리는 전개 방식, 별것도 아닌 주제 하나 전달하려고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한 챕터를 낭비하는 

얄팍하기 짝이 없는 책을 읽다가, 톨스토이를 영접하니 진심 살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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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아톰 2021.01.12 21:32

    우와~~부럽습니다. 저는 일드 <고우, 공주들의 전국>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요..지금은 <기린이 온다>를 챙겨보면서 언젠가는 《대망》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답글

  • 키타노만도코로 2022.01.23 23:27

    저도 지금 임진왜란 도중에 히데요시의 늦둥이 아들 태어난 챕터 읽는 중인데 읽기 너무 힘드네요... 지루해 죽겠습니다..

    별거 아닌 주제 전달하려고 그럴듯한 말들만 계속 반복하다가 챕터 몇 개, 몇 권 분량 쓴다는 말 진짜 절실하게 공감합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DreamTime™ 2022.01.24 12:23 신고

      그 부분 엄청 지루하죠....근데 본격적으로 이에야스가 권력을 잡은 이후에는 지루함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ㅠ
      뒤로 가면서 작가가 매너리즘에 빠진것 같고, 전국시대 3인방의 분량을 비슷하게 맞추려고 딱히 별것 없는 내용을 잡아 늘린게 문제인것 같아요.

      닉네임으로 쓰신 히데요시의 부인이 의외로 강단있고 능력있는 입체적 인물이라 마음에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