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 주의 & 스압





드디어 방영된 브레이킹 배드 5시즌 피날레. 

5시즌은 이례적으로 8편씩 나눠서 2년에 걸쳐 방영됐는데, 다 보고나니 나눠서 방영한게 

흐름상 더 바람직했던것 같다. 

시즌의 전반부와 후반부 스토리 전개의 흐름 자체가 다르고, 밀도가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5-1시즌은 거스의 사후, 경찰이 압수해간 마약 제조실의 CCTV 파일과 증거물 파괴를 위해 월터와

마이크가 손을 잡게 되는데, 이 거북한 동업자 관계는 결국 마이크와 그 잔당의 파국으로 끝나고, 

그 와중에 마약 원료 공급책 리디아와 토드의 갱스터 삼촌 잭 일당이 등장한다. 

그리고 월터가 마약업에서 손을 뗐다고 방심하는 순간, 8회 말미에 행크에게 꼬리를 밟히는 엄청난

떡밥을 던지면서 5-1시즌이 종료된다. 


5-2시즌은 예상된 수순대로 행크와 월터의 대결 구도로 전개되는 와중에 정신줄놓고 방황하던 제시가 

행크를 만나 월터를 잡아넣을 모의를 하게 되고, 그에 대항해서 월터는 잭 일당을 끌어들인다. 

상황은 월터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돌아가서 결국 행크와 고메즈는 잭 일당에게 살해당하고, 월터가

마약으로 번 돈은 천만 달러만 남기고 전부 빼앗기고, 가족들에게 외면당한 월터는 결국 혼자 

북부 산골짜기로 피신한다. 그 과정에서 제시는 토드 일당에게 잡혀 마약 노예가 되고.

이게 15회까지의 스토리인데, 사실 행크가 죽음을 당하고 제시가 비참한 노예 생활을 하는 14회와 

15회는 상당히 압박스러운 내용이라 보기 힘들었다. 


처리할 떡밥은 여러갠데 단 한 편이 남은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결말을 지을것인지 매우 궁금했던

브레이킹 배드 마지막 회. 




죽을 사람에게 시간이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 공중전화에 시계를 두고가는 장면은 월터가 삶을 

놓아버렸다는 걸 상징하는것 같다................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먼저 찍어둔 5시즌 1편 레스토랑 씬에서 월터가 시계를 안 차고 있어서, 여기서 시계를 버리는 설정을

만들어 넣을 수 밖에 없었다는 김 빠지는 이야기가 토킹 배드에서 빈스 길리건이 털어놓은 후기.

으아니, 도대체 소품 관리를 어떻게 한거야, 천조국은 소품 관리도 엄청 빡세게 한다고 들었는데.




별 시답잖은 내용의 엘리엇과 그레첸의 대화를 굳이 긴 시간 보여준 것은 현재 월터의 비참한 상황을 더 

부각시키려는 뜻인것 같고, 그 의도는 이런 화면 구성을 통해 더 극대화 된다. 

월터와 친구들은 한 공간에 있지만, 모퉁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들이 직면한 인생은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걸 보여주는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15회 후반부에 월터는 아들에게 돈을 전달하려다 아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멘붕, 자수하려고 경찰에 

전화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TV에 나와서 마약 피해자들을 돕는 자선활동을 하는 옛 친구들을 보게 되고, 

여기서 아들과 가족에게 합법적으로 돈을 전달할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친구들에게 살해 위협을 하면서, 확실하게 자기 가족에게 돈을 전달하도록 다짐을 받아두는 동시에,

마약왕이 된 자신과의 연계를 부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회사 설립의 근간을 마련한 자신의 공로까지

뭉개버린 두 친구들에게 평생 안고 살아갈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 월터.

(여기서 깨알같이 등장하는 제시의 친구 배저와 스키니 피트.)


사람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기 뜻대로 조종하는 월터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이런 안전장치(?)가 없을 경우 월터가 죽고나면, 엘리엇은 몰라도 그레첸의 성격상 마약으로 번 더러운 돈을 

월터의 가족에게 돌려주기보다는 월터가 만든 마약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해 쓰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백일몽과, 차갑고 어둠침침한 회색 배경의 제시의 현실. 

환상속에서 굳이 목공일 하는걸 보여준 이유는, 원래 제시가 목공예를 좋아했었고, 아마도 이곳에서 벗어나 

갱생의 기회를 얻게 되면 범죄와 관련없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제시 내면의 표현이 아닐지.

또는 제시가 블루 메스의 마스터가 됐다는걸 저런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행크와 가족, 친구들에게 둘러쌓여서 축하받던 50회 생일파티때의 월터와, 하이젠버그 시절을 거쳐 52회 생일을

혼자 맞은 현재의 월터는 180도 다른 사람이다. 

"화학이란 변화의 과학이지."




옛집에서 찾아낸 라이신으로 리디아를 처리하고, 토드 일당을 해치울 미끼를 던져놓고 사라진 월터. 

정말 모든 면에서 완벽 철저한 하이젠버그 답다. 




총도 제대로 못 쏘는 월터가 중화기를 구입해서 토드 일당을 어떻게 상대하려는걸까 싶었는데, 아무리

인생의 밑바닥에 떨어졌어도 역시 머리좋은 사람은 달라. 




또 하나의 쩌는 연출. 

카메라가 서서히 앞으로 이동하면서 기둥뒤에 있던 월터의 모습을 드러낸다. 

특이하게 스카일러의 집 거실 장면에서만 광각 렌즈를 사용해서 주변을 왜곡시킨 화면을 보여준다. 

있는대로 뒤틀려버린 월터 가족의 상황을 이런식으로 표현하는건가....




스카일러와 월터의 마지막 대화는, 오후의 햇빛이 비치는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전 시즌 동안 서로 소리지르고 악다구니치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 장면에서는 둘 다 느릿느릿 조용한 어조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데, 뭔가 평화롭고 한가로운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 비장하기도 하다. 

화면 중간에 두꺼운 기둥을 배치함으로써 각각의 공간을 분리한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아마도 앞으로

살아갈 사람과 죽을 사람, 한 때 부부였지만 이제는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두 사람의 현실을 묘사하는듯. 




"난 나를 위해서 그 일을 했고, 그 일을 하는 동안 정말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

죽음을 앞두고, 진정한 속내를 털어놓는 월터. 

물론 마약 제조의 시작은 자신의 죽음 이후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선을 넘어가면서,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소시민 월터 화이트에서 모든 걸 지배하고 통제하는 마약왕 하이젠버그로 사는걸 

진심으로 즐기게 됐고, 바로 이 장면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한 불쌍한 가장 월터'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림으로써

보는 사람들도 월터에 대해 품고있던 일말의 동정심을 버리고 담담한 마음으로 월터의 최후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월터가 갓난아기인 딸네미와 작별 인사하는걸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스카일러.

이 장면은 슬프면서도 잔잔하고 포근해서, 보는 사람도 뭔가 마음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든다. 




먼 발치에서 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큼지막한 장애물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월터. 

브라이언 크랜스턴의 표정 연기는 정말.....뭐, 이 아재 연기 실력이야 말이 필요없는 수준이긴 하지. 




결국 월터는 행크의 원수를 갚고, 제시는 자전거 탄 소년과 안드레아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한다. 

모든걸 끝낸 뒤, 권총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게 된 두 사람의 표정에서 그 동안 함께 했던 파란만장한 세월이

느껴지는것 같다. 

결국 제시는 총격에서 자신을 보호하다가 유탄에 맞고 피를 흘리는 월터를 쏘지 못하고 나가버린다. 




눈빛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화학 선생과 제자. 

말 한마디 없지만 표정만으로도 둘 사이의 앙금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장면. 

하이젠버그로서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제시에게 다시 한 번 갱생의 기회를 주는 월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제시는 월터에게 단 하나뿐인 진정한 제자일듯.




자동차로 철조망 문을 뚫고 지옥같은 노예 생활에서 탈출하면서 흐느낌섞인 웃음을 터뜨리는 제시. 

다시찾은 자유에 대한 기쁨, 그 동안 겪었던 일들에 대한 회한과 슬픔, 증오와 죄책감 등 이루 표현못할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월터가 장치한 기관총이 잭 일당을 몰살하는 장면, 제시가 토드를 죽이는 장면, 그리고 제시가 탈출하는 장면은

14,15회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는 통쾌함을 준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깔끔해도 되는건가 싶은 의구심을 주기도 하고)




제시를 보내고 경찰들이 몰려오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이 고안하고 개발했던

마약 제조실을 둘러보는 평온한 표정의 월터.




마약업에 손댄 이후 모든 면에서 자기 통제권을 벗어나는 상황과 사투를 벌이다가, 최종적으로

자신이 벌여놓았던 모든 일들을 다 자기 손으로 수습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죽음을 맞는 월터. 

이 장면은 일견 4시즌 후반에 나왔던 지하실 장면과 비슷해 보이지만 잘 보면 의미가 좀 다르다. 




4시즌 후반부, 거스에게 벼랑끝까지 몰렸던 월터. 이 장면은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도 월터는 여전히 지하실 입구

사각 프레임 안에 갇힌 상태로, 이 시기의 월터는 끝판대장 거스를 넘어서지 못하는 존재였다. 




마지막 장면. 

결국 월터는 자신이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던 마약 왕국의 중심부인 마약 제조 시설

한복판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는 안도감을 안은 채, 최고의 마약왕으로써 자신의 왕국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브배 최종회를 보면서 이런 명작을 동시대에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질질 끌거나 어거지로 늘리는 것 하나 없이, 끝까지 완벽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걸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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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sparrow.tistory.com BlogIcon asparrow 2013.11.05 13:5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미국에서 뒤늦게 Breaking Bad 마지막 여덟개의 에피소드를 오늘 다 보았습니다.
    보고 난 후에야 제가 얼마나 이 드라마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는지 알았네요.
    특히 우리의 화학선생 Walter White 에게..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참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하고 헛웃음이 나기도 하고..
    토킹배드 자료를 찾고 있다가 우연히 들립니다.
    역대 모든 드라마를 통틀어 최고의 완성도와 또 그걸 넘어서는 무언가를 담은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네요..
    참 애정이 가는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오늘 안녕 을 고해야겠네요.
    아니, 사실은 그들 모두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뉴욕에서 Film을 공부하고 있는데 방향성은 일치하지 않더라도
    영화/드라마 적인 기법과 그 안의 본질/콘텐츠 면에서
    참 의미있고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Then time to say goodbye to Walt, and Jesse.
    평안하세요 ^^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13.12.04 11:4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답글 감사합니다.

      브배는 단지 한번 후루룩 본 것만으로는 그 안에 담긴 뜻을 다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하고,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나 복선을 발견하게 되는 걸작인것 같습니다.
      저도 브배 최종회를 보고난 후에는 한동안 허탈감이 빠졌더랬죠...

      내년부터 스핀오프 '사울 굿맨'이 시작된다는데, 빈스 길리건 제작이라니 그것도 기대가 됩니다.


  2. theArchitect 2013.12.04 01: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찰력이 좋으시네요, 연출의 세세한 디테일을 catch하시는 것 보니 혹시 영화쪽 일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저는 원래 드라마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이런 미친 완성도의 드라마가 없었죠), 어떤 미드도 완결까지 보지 않았었는데,

    저의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버린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직장 동료의 강력 추천에 넘어가서 보았다가, 2주만에 5 시즌 전편을 봐버렸네요.

    엄청난 수준의 각본 / 연출 / 연기의 삼박자가 너무도 잘 갖추어진, 정말 다시 보기 힘든 역작이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스토리를 6년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서도 loose 함을 보여주지 않고 끝까지 치밀함을 보여준 crew/ 제작팀의 endurance와 commitment to excellence가 특히 빛이 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토론토에 사는 건축가.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13.12.04 12:5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영화쪽 일을 하는건 아니고, 그저 관심이 많은 일반인일 뿐입니다. ^^;;

      저도 브배를 안 보다가 3시즌 정도 방영할때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보게 됐는데, 그 흡입력에 푹 빠져버렸네요.
      덕분에 최고의 시즌이었던 4,5 시즌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브배가 대단한건, 치밀한 각본과 연출,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뛰어난 연기의 조화였죠.
      그리고 인기있는 드라마라고 억지로 늘리지도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로 아주 적당한 시점에서 완결을 낸 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봅니다.

      이미 보셨을지도 모르지만, 소프라노스와 와이어를 추천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브배 정도의 수준 혹은 그 이상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제일 좋은 점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분들과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다는 점인것 같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3. Favicon of http://없어요 BlogIcon 월터와이트 2014.02.04 21: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시가 목공일하는 장면이 나온 이유는 아마도 시즌 3 에피9에 나오는 제시가 재활 프로그램에서 이야기하는 자신의 고등학교 때의 일화(목공 수업 과제를 계기로 나무 상자를 만들어서 대마초랑 바꿨다는)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지나가는이 2021.07.01 23: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제껏 보았던 감상평 중에 단연 최고입니다.
    영상미에 문외한인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며 놓쳤던 장치나 기법을 쉽게 풀어내주신 덕에 곱씹어보고 다시금 떠올려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장면의 해석이 너무도 공감되어 마음에 듭니다. 오래전에 남기신 글이지만 작품만큼이나 훌륭한 리뷰를 읽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21.07.02 12:1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마지막회가 너무 완벽해서 그 감동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어설프게 써놓은 감상문인데 너무 과분한 평가를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
      브레이킹 배드는 중간 과정도 좋았지만 인기에 편승해서 질질 끄는것 없이 마무리해야할 타이밍에 깔끔하게 끝내서 더 대단한 작품으로 남은것 같습니다.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