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기계가 추진중인 세번째 미션의 진행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계와 루트의 관계를 재조명한

퍼오인 317. 

 

여태까지는 기계가 루트를 선택한 이유가


1) 기계 덕후

2) 기계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는 큰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하고

3) 그에 대처할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인물


....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317을 보니 그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아날로그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작전 수행방법을 선택해서 세번째 카테고리를 만든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기계가 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인것 같고, 미션을 수행할 대상을 루트로 지정한 이유중에 하나가

2시즌까지 핀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됐던게 바로 루트였기 때문이라는게, 317을 본 이후의 감상이다. 



루트의 과거 행적을 전부 꿰고있는 기계. 최종 목적을 위해 루트의 사고방식을 기계와 동기화 

시키려는 계획은 아직도 진행중인듯. 



1,2시즌 모두 피날레마다 루트가 기계를 찾기 위해서 핀치를 납치했었고, 두번 다 핀치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려고 한 전적이 있고, 결정적으로 2시즌 피날레에서 핀치가 루트에게 빅엿을 먹였으니, 루트의 성격상

핀치가 자길 살려줬다는것 따위는 까맣게 잊고 다시 복수를 준비할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한 기계가

루트가 그렇게 원하는 '기계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미끼를 안겨주면서, 한편으로는 핀치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세번째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동시에, 루트의 사이코 패스적 기질을 뜯어고쳐서 

다시는 핀치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개조하려는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는 기계가 루트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봤는데, 317에서는 느낌이 좀 다르다. 

루트를 대하는 기계의 태도는 어딘가 냉혹함이 느껴지고, 루트를 부품 내지 도구로만 인식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도 끝도 없이 수행할 임무를 내려주면서, 목적은 설명해주지 않고, 루트가 원하는 정보는

제한적으로 알려주면서, 일시적으로 연결이 끊겼다고 초저주파음을 사용하는 인공 와우를 이식하라는

명령을 내리는걸 보면, 뭔가 목적 달성을 위해 인정사정 안봐주고 루트를 굴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사람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이 있지만, 의외의 순간에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핀치와도 상당히 흡사하고. 





317에서 보이는 루트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사람을 자기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 다음, 필요가 없어지면 거리낌없이 죽여버리던 루트는 어디가고

기계(혹은 핀치)의 사고방식과 상당부분 동기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기계가 시키는 일을 하다보니 가치관까지 변해버린건지....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인 사이러스에게 연민과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다. 

(루트스러운 비아냥섞인 말투와 표정도 거의 사라졌고, 에이미 애커가 점점 변해가는 루트의 모습을

잘 표현하는것 같다.)





하지만 생전 처음 각성한 죄책감은 심적 고통과 함께 반발심과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법이고,

그게 잘 나타난게 바로 핀치와의 대화 장면. 

루트가 기계의 창조주 핀치에게 반발하는 모습은, 자신을 바꾸려는 기계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여기서 루트와 핀치의 가치관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기계가 지나치게 사람을 걱정하는게

핀치가 기계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라는 루트의 발언에, 핀치는 원래 기계가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이때 핀치의 표정 정말 오묘하다. 가출한 자식이 자기가 원하던 방향으로 성장했다는걸 확인하고

대견해하는 아버지의 표정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결국 루트는 기계의 뜻대로, 프로세서 대신 사이러스를 구하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속이 편해지는 대신, 혼자 죄책감을 떠안고 상대방이 편안한 

마음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도록 배려해주는걸 보면서, 이번 미션이 기계의 인간 개조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 정도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기계의 최종 목표는 핀치를 구하는것이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루트를 희생시킬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게 아닐지.  

이러나 저러나 루트는 두번째 기계 떡밥이 정리되면 더 이상 필요없는 인물이 될것 같은데, 

아무래도 스토리 전개상 현재 진행되는 떡밥과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ㅠㅠ


이런건 미리 예상을 해도 막상 보게 되면 충격인데, 과연 어떻게 전개되려나. 

퍼오인 4시즌 확정이라던데, 과연 이 스토리를 가지고 몇시즌까지 방영이 가능할지도 궁금하다. 

처음 시작할때는 이렇게 길게 끌고갈 생각이 없었다고 하던데....

보통 미드는 5시즌 정도까지 하고 끝내는게 완성도 면에서 제일 깔끔하다고 보는데, 그래도 만약

퍼오인이 완전히 끝나는 날이 오면 정말 슬퍼질듯. ;ㅅ;

이렇게 모든 등장인물이 다 맘에 드는 드라마는 정말 처음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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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 2014.03.26 19: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 머릿속에 있던 중구난방 스토리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ㅜㅜ 317을 보면서 루트가 왜그렇게 짠하던지...ㅠㅠ 카터가 리스를 구하려다 죽은것처럼 루트도 핀치를 구하고 죽을것같은 느낌이 정말 정말 강하게 듭니다... 퍼오인 끝나는건 상상도 하기 싫어요ㅠㅠ

  2. 핀사장 2014.03.27 00: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진짜 317 보면서 계속 루트의 미래에는 먹구름이 함께할 거리는 생각 밖에는 안 들더라구요. 이미 기계가 핀치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평범한 번호들에 대한 감정을 넘어선 지 오래구요(정작 기계의 창조주 핀치는 그 감정을 부정하지만요. 기계를 She 라고 칭하는 루트와 it 이라고 칭하는 핀치와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있는 거지요.) 이미 기계는 제2의 기계를 막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제 2의 기계를 막아, 핀치를 구하려는 걸 목표로 삼았다는 게 시즌 3 내내 느껴집니다.

    진짜 요새는 퍼오인 없는 일주일이 너무 허전해요...
    318 끝나고 또 2주 휴방이던데 그 때는 또 어찌 견딜련지....

    또 시즌 3 끝나면 또 어떻게 견딜련지.. ㅠ 요새는 진짜 퍼오인 보는 재미로 삽니다. ㅠㅠ
    자막 정말 감사하게 쓰고 있어요. 317 리뷰 역시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