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 시기에 생각나는 책이다. 

구입한 건 꽤 오래 전인데, 다른 책들에 밀려 첫번째 챕터만 읽고 어딘가 쳐박아 뒀다가

한참 뒤에 꺼내서 다 읽었다.

국내에서 출판된 책은 언제든 절판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좀 희귀하다 싶으면

눈에 띄는대로 일단 사놓고, 읽는건 나중으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보니.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은 아직도 판매되고 있고, 오히려 원서는 절판이라 중고도 구하기 힘들다. 

요새 세상도 험하고 TV나 인터넷이나 켰다하면 나오는 뉴스도 하나같이 험악하지 않은가.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만 하면서 살라는게 말이 쉽지, 사는 것도 힘들고 밤낮 들려오는 건

다 안좋은 얘기들뿐이니 정서에 수분공급하기 정말 힘든 세상이다.

정서를 좀 순화해보려는 생각으로 펼쳤는데 읽다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가 쓴 책인데다 크리스마스에 관련됐으니 좀 깨끗하고 순수한 책이겠나.

하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니다.

12가지 이야기가 전부 저변에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깔고 있다.

노인 문제, 빈부격차, 인종 차별, 아동 학대 등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동화에 가깝다.

이야기마다 잔잔한 해피엔딩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지만 미묘하게 가슴 뭉클하게 하고,

끝에는 오묘한 반전도 있어서 한 챕터를 끝낼때마다 색다른 감동을 준다.

제일 중요한건 읽고나면 가슴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현실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순수하고 깨끗한, 이상향적인 세상을

그렸다는걸 감안해야한다.


젤 처음 읽은 글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황금 팔찌>와  <잃은것과 찾은것>이 제일 맘에 든다.

<황금팔찌>는 두 주인공의 순수한 로맨스가 너무 예쁘게 그려졌고,

<잃은것과 찾은것>은 어딘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상시킨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영어 원제는 'Lost and found'가 아닐까 싶다. 원래는 '분실물 보관함'내지는 '분실물 센터'정도로 

번역되는게 옳지만, 내용상으로 봐서 지금의 제목이 더 시적이고 잘 어울린다.

<12일간의 크리스마스 쇼핑> 같은 글은 읽는 입장에서 좀 황당하다.

<오 드 노엘>은 황혼기의 로맨스를 따뜻하고 상큼하게 묘사해놓은게 마음에 든다.

읽는 내내 <오 드 노엘>이 과연 어떤 향일지 머리속에서 온갖 향수를 가져다 비교하면서 상상해보기도 하고.


약간의 옥의 티도 있는데, 번역이 고풍스러운 편이고, 좀 시대에 뒤떨어지는 표현이 많다.

(아, 진짜 부가의문문은 직역안하면 안되나..... 번역이 촌스러워지는 지름길인데.)

차미례씨 예전에 꽤 유명한 번역가였는데 웬일인고.... 역자후기에 보면 원문이 워낙 난해해서 번역하기

힘들었다고 하니 뭐 그런 것도 고려해야 할듯.

하긴 축약으로 짤막짤막한 문장이면서 그 안에 온갖 메시지를 다 담아놓은 영문이 번역하기 제일 힘들다.

그리고 교정을 제대로 안 했는지 오타도 꽤 있고. 

그래도 이 정도의 단점은 충분히 커버할 정도로 내용이 따끈따끈 훈훈하다.

함박눈 오는날 따땃한 아랫목에 배깔고 엎드려 귤 까먹으면서 읽으면 딱이겠다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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