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인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보니 퍼오인 시즌4 최고의 걸작이었던 411의 체스 장면이 생각난다. 

411은 궁지에 몰린 도서관 팀을 구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기계가 엄청난 분량의 연산을 한뒤 최적이라고 

판단된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단 13초 동안 3회에 걸쳐 반복되는걸 보여주는 에피소드. 

그리고 각 시뮬레이션의 중간에 핀치에게서 전수받은 인간 중심주의 가치관을 되새기기 위해서 기계가 

핀치에게 체스를 배우던 날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핀치에게 체스를 가르쳐 달라고 했던 기계는 첫번째 수의 중요함을 인지하고 쉽게 게임을 시작하지 못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간과 아래쪽에 기계의 경우의 수 계산.)



"선택 가능한 모든 움직임은 각기 다른 게임을 만든다."

"가능한 체스 게임의 숫자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갯수보다 많고, 너조차도 그걸 다 예측할순 없어."

"그래서 첫번째 선택이 가장 중요한 법이지. 게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대의 가능성이 펼쳐져 있으니까."

"하지만 네가 실수를 했을때 그걸 상쇄할 무한대의 방법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말로 핀치는 기계를 구슬려서 첫 수를 두게 만든다. 



단시간에 체스의 규칙과 게임 방법을 터득한 기계는 능숙하게 게임을 이끌어나가고...



1초동안 64만 7천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엄청난 연산 능력을 보여준다. 

(같은 시간에 연산 가능한 경우의 수는 계속 증가함.)



하지만 지나치게 퀸에 의존하는 기계의 전략이 핀치에게 허를 찔려서 이번 판에서도 기계가 패배. 



그리고 체스를 배우기 시작한지 7시간만에 기계는 핀치를 이김. 

퍼오인 세계관의 설정상 핀치는 현존 최고의 프로그래머이고, 핀치보다 아랫급인 수학 전공 여대생이 체스 그랜드 

마스터였으니, 핀치를 이긴 기계는 그랜드 마스터 급 혹은 그 위라고 봐도 될것 같다.  



자기가 이겼다고 자랑하면서 상대를 약올리기도 하는 인간미 넘치는 기계. 



핀치는 체스를 가르치는 동시에 기계에게 인간 존중의 정신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사람을 체스말처럼 이용해서는 안되고, 인간의 목숨에는 경중이 없다는것. 

도서관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급박한 순간에 기계가 굳이 이 장면을 회상한 것은 바로 이 가르침을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체스보다 바둑이 훨씬 복잡하다지만, 퍼오인과는 달리 알파고는 이미 수십만개의 기보를 입력해서 연구를 끝낸 

상태였고, 대전 상대의 데이터까지 죄다 파악하고 있는데다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연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심리전에 휘말릴 걱정도 없으면서, 인간의 최대 약점인 '망각'에서도 자유로운데 누가 봐도 컴퓨터가 우세한 

대국 아닌가....사람이 졌다고 해서 뭐 그리 충격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기계는 체력 저하로 인한 집중력 하락에서도 자유롭다. 인간의 두뇌 활용은 신체 능력의 한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지. 


문제는 앞으로 인공 지능이 지금보다 더 눈부시게 발전할 것은 불보듯 뻔한데, 그 인공 지능의 선악 판별 능력과 

가치관이 어떻게 정립될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 끝까지 인공 지능을 통제할수 있을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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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2016.03.11 09: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5개월여전만해도 기보분석상 알파고의 실력은 바둑최고수를 이길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걸 5개월여만에 해낸거죠. 그래서 바둑계가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자기학습이라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의 바둑인공지능을 봤을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을 듯 싶구요.
    그리고 해석을 들어보면 1대국에선 알파고의 이상한 수를 실수,아마추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2국부터는 모두다 의미가 있는 나중을 위한 포석이 아닐까하는 해석으로 바뀐 것도 재밌습니다.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16.03.11 12:2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인간에게는 실수로 보이는 수가 사실은 한참 뒤를 내다본 수가 될수도 있다는게 정말 대단합니다.
      단 5개월만에 이 정도로 발전할만큼 학습 능력을 갖춘 녀석이 경험까지 누적되면 얼마나 엄청난 존재가 될지 좀 겁나기도 하네요.

  2. poi 2016.03.11 22: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알파고 때문에 오랜만에 퍼오인이 언급되는게 반갑기도 하고 저런 장면들도 다시보니까 되게 아련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찌르르 하네요 ㅠㅠ 4시즌 망가졌다 욕은 많이 먹어도 하고싶은 얘기들을 저렇게 콕콕 찝어주는건 여전했던거 같아요 5시즌얼른 나왔으면 좋겠네요

  3. 퍼오인 2016.03.11 22: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이번 일 보고 퍼오인 체스 게임 생각나더라고요.
    그나저나 퍼오인 인물탐구 다음 편은 안올려주시나요?ㅜㅜ

    • Favicon of https://icecraft.tistory.com BlogIcon 고양이집사 DreamTime™ 2016.03.11 22:4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인물탐구를 계속 써야되는데 요즘 볼것도 너무 많고 쓸것도 많아서 좀 밀렸습니다. ㅠㅠ
      제 주된 관심사는 역시 퍼오인이니 퍼오인 관련글은 생각나는대로 계속 쓸 예정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