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포스트 시즌 단기전은 보는 맛이 다르다.
보통 타팀 경기는 별 관심이 안가게 마련인데, 10개 구단 체제가 된지 2년차에 접어들면서
두번째로 펼쳐진 올해 와일드카드전은 작년보다 더 재미있었다.
4위를 찍고 1차전을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준플에 진출하는 엘지와, 1차전에서 지면
그대로 광탈인 벼랑끝 기아의 대결이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결과는 기아의 승리로 끝났고,
승부는 진정한 단두대 매치가 된 와일드 카드 2차전에서 결정나게 됐다.
와일드 카드 1차전의 결정적인 장면들.
2회 엘지쪽으로 넘어갈뻔한 흐름을 틀어막은 김선빈의 병살 수비.
엘지 선발 허프는 1회 14개를 던지면서 안정된 투구수를 기록한 반면, 기아 선발 헥터는
1회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긴 했지만 투구수가 30개가 됐기 때문에, 2회에도 위기가
이어졌다면 기아는 불펜을 일찍 가동해야 했을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 2차전 선발로 예정된
양현종이 투입될수도 있었는데, 이 더블 플레이 하나가 흐름을 바꿔버렸다.
1차전 승부를 결정지은 장면.
4회 2사 2,3루에서 허프가 땅볼을 유도했는데, 이닝 종료가 되었어야 할 상황에 오지환의
엄청난 실책이 나오는 바람에 여기서 2실점.....;;;;
1회에도 오지환의 실책이 하나 나오길래 불안불안하더니 결정적인 시점에 큰게 터짐.
타팀 경기라지만, 만약 엔씨 경기에서 이 상황에 2땅이 나왔는데 박민우가 송구 에러를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뒷목이 땡기는 장면이었다.
4회 엘지 추격의 흐름을 막는 김선빈의 두번째 병살 수비.
1차전은 유격수 수비에서 승패가 갈렸는데, 과연 2차전은 어떻게 될까.
희한하게 와카전은 유격수들에 의해서 승부가 결정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작년 와카전은
10회말에 SK 유격수 김성현이 드랍더볼을 하면서 넥센을 준플로 보내더니, 올해는 김선빈의
호수비와 오지환의 에러가 승부를 갈랐다.
선두 타자 오지환이 2루타 치고나가면서 추격을 시작한 8회, 헥터 다음으로 나온 고효준의
폭투로 2점째를 올리는 엘지.
그런데.........
1루에 있던 유강남이 무리하게 3루까지 뛰다가 주루사.
8회를 빅이닝으로 만들면서 한방에 승부를 엘지쪽으로 끌어올수 있었는데, 이 주루사가
추격의 흐름에 냉수를 들이부었음.
엔씨가 이 상황이었다면, 김태군이 안타치고 1루에 나갔을때 바로 대주자 이재율로
교체됐을거고, 폭투가 나왔을때 3루에서 여유있게 세입됐을듯.
사실상 이게 마지막 찬스였는데 양감독은 왜 여기서 대주자를 안냈는지 의문이다.
대주자를 냈다면 폭투때 주자가 2루에만 갔어도 적시타가 나오면 추가 득점이 가능하고
발빠른 주자라면 3루도 충분했을텐데, 결국 주루 코치가 무리하게 유강남을 3루까지 돌린것도
주자가 발이 느리니 적시타가 나와도 2루에서 못 들어온다는 생각에 돌린거 아닌가.
비기기만 해도 준플 진출이 가능하고, 여기서 동점이나 한점차까지만 추격했어도 9회말에 쫄리는건
기아가 됐을텐데 1차전에서 끝낼수도 있는 카드를 왜 아예 안쓴건지 이해가 안된다.
9회말 선두 타자 나가고 다시 한번 추격할수 있는 기회에 얼음물 투척한 히메네스의 병살.
엘지의 카페베네.
승패를 결정한 에러는 아니었지만, 2차전에 대한 불안감을 남긴 김선빈의 뜬공 수비.
김선빈이 여전히 뜬공에 약한걸 보면서 우리팀 퇘선생이 오버랩되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그래도 손시헌이 부상으로 빠진 다음부터는 뜬공 나오면 정신줄잡고 수비하는걸 보면
이 정도 에러까지는 안할것 같기도 하고.
와일드 카드 2차전은 비기기만 해도 준플에 진출하는 엘지가 여전히 우세하긴 하다.
하지만 벼랑끝에 몰렸다가 1차전을 잡으면서 기세가 살아나고 전통적으로 포시에 강했던
기아에 비해, 엘지는 공수에서 핵심인 오지환이 결정적인 에러로 1차전을 내준 멘탈 붕괴를
얼마나 잘 극복할지 그리고 2차전까지 가면서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과연 선수들이
평상심을 유지하고 침착한 플레이를 할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겠다.
엘지는 시즌중에도 어이없는 주루사가 속출하는 팀이었는데, 2차전에도 에러에 주루사가
발목을 잡는다면 준플 진출은 어려울듯.
하지만 기아도 철벽 수비를 자랑하던 김선빈이 여전히 뜬공 공포증이 있다는걸 보여줬으니,
1차전 오지환의 에러가 실점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2차전 기아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페넌트레이스도 그렇지만, 포스트 시즌은 디펜스가 강한 팀이 끝까지 올라가는 법이지.
(그런 의미에서 엔씨는 포시에서 조삼모사 터널 개통 수비는 절대 안 보는걸로....)
어쨌든 이 재미있는걸 한번 더 볼수 있다니 야빠 입장에서는 그저 좋을뿐이다.
(하지만 21일부터는 다시 발암 야구를 보게 되겠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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