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스압/멘탈깨짐 주의
퍼오인의 100번째 에피소드인 10회의 시작은 핀치와 기계의 대화(?)로 시작된다.
"난 아마 죽게 되겠지. 그건 오래전부터 각오했었다."
"하지만 네가 구상한 시나리오중에 내 친구들이 살아날 방법은 없을까?"
핀치는 사마리탄과의 전쟁에서 자신과 동료들이 살아날 방법을 고민해보지만, 기계에 걸린 제약을 완전히
풀지 않는한은 불가능하다는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핀치가 처음 방문한 카페의 웨이트리스가 오랜만이라면서 주문하지도 않은 커피 두잔을 가져온다.
핀치는 다른 사람과 혼동하는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웨이트리스는 전에 뭘 주문했는지도 기억하고 있다.
이상하게 생각한 핀치는 이 카페의 성냥갑을 챙긴 다음 자리를 뜬다.
"잘 있거라. 그리고 고맙다."
핀치가 기계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이유는 바로......
핀치가 기계의 오픈 시스템을 종료시키고, 전처럼 번호만 내주는 형태로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픈 시스템인 상태에서도 사마리탄에게 사정없이 발리고 있는데, 이 상황에 오픈 시스템까지 닫는다니
당연히 루트가 반대할수밖에.....
"당신이 기계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건, 언제든 죽일수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의사 표시도
못하도록 목소리도 빼앗아 버렸어요."
"기계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은건, 언젠가 기계가 직접 이름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리고 오픈 시스템이 아니라고 해도, 목소리는 가질수 있죠."
핀치는 기계에게 자기 이름과 목소리를 선택할 여지를 주고, 오픈 시스템을 종료시킨다.
....여기까지 보면서, 일이 꼬이려면 안 좋은 일이 몰아서 터진다는걸 새삼 느낀다.
그리고 기계의 오픈 시스템을 종료하자마자 새 번호가 뜨는데....
새 번호는 바로 핀치의 번호였다.
핀치의 위장 신분을 사마리탄에게 들켰고, 안전 가옥도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다급한 상황에서 깨알같이 웃겼던 장면. 문을 열자마자 자길 겨누는 여러개의 총구를 발견한 퍼스코는...
"네, 나도 당신들 사랑해요."
클럽 머신에 가입한 뒤에 다시 유머 감각을 되찾은 퍼스코.
루트는 핀치가 오픈 시스템을 닫기전에, 기계가 자기 방어를 할수있도록 코드를 추가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 코드는 핀치가 원할때만 작동시킬수 있으니, 결국 선택은 핀치의 몫이다.
기계를 만든 핀치가 엄격한 아버지라면, 기계와 직접 소통하고 기계를 제일 잘 이해하는 루트는 기계의
엄마같은 느낌이다. (핀치가 기계를 나무라고, 루트가 기계 편을 들어주는 패턴을 보면 딱 그렇지 않나.)
핀치는 리스가 자기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걸 원치 않지만,
"난 내 일을 할 뿐이예요. 이런 일을 하라고 당신이 날 고용한거잖아요."
다들 각자 맡은 일이 있다보니 핀치의 보호는 일라이어스가 맡게된다.
두 조직이 지배권을 놓고 전쟁중인 장소에 휴전을 주선했던 일라이어스는, 바로 그 장소에 핀치를 데려간다.
(건물이 낯이 익는다 했더니, 여기는 일라이어스가 처음 등장했던 107에서 리스와 일라이어스가 러시안 마피아를
피하기위해 숨었던 불가리안 마피아의 근거지였다. 끝날때가 되니까 추억팔이 엄청 하네.)
리스, 핀치와의 인연이 시작된 장소에 돌아오니, 옛 추억을 회상하는 일라이어스.
"3년간 잘 숨어있었는데, 내가 부주의한 바람에 감시 카메라에 잡히게 됐죠."
일라이어스의 과거 회상을 듣고있던 핀치는, 자신의 위장 신분이 왜 탄로났는지 그 이유를 깨닫는다.
에피소드 첫머리에 핀치가 들렀던 카페는, 10년전 핀치가 그레이스와 첫 데이트를 할때 갔던 곳이었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이미 내 운명은 정해져 있었던겁니다."
"사마리탄은 우리의 현재만 감시하는게 아니라, 과거의 모든 행적을 꿰뚫고 있죠."
과거에 방문했었다는 카페 웨이트리스의 말을 듣고, 사마리탄은 10년전 핀치의 감시 화면을 찾아보고
그레이스와 함께 있었던 핀치와 현재의 휘슬러 교수를 연관지어서 핀치의 진짜 신원을 알아냈다는건데...
10년전에 커피 한잔 마시러 어디 갔었는지 기억할 사람은 없지만, 인공 지능은 감시 화면만 있으면 수십년전
과거까지 추적이 가능하니, 아무리 꽁꽁 숨어 살아도 정말 사소한 실수로도 신분이 탄로날수 있고, 더욱이
그런 실수를 한 장본인이 치밀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핀치라는게 더 소름이다.
자기가 돌아와서 핀치의 원래 신분이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쇼에게, 루트는 그게 아니라는걸 알려준다.
"우리중에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는것 같아."
"난 12살때부터 도망자 신세였지만, 소속감을 느껴본건 이번이 처음이야."
한편, 핀치를 공격하러왔던 사마리탄 요원에게서 발견한 명함에 적힌 장소를 찾아와서 선빵을 시도한
리스와 퍼스코는 다수의 사마리탄 요원들과 총격전을 벌이게 된다.
안전할것 같았던 핀치와 일라이어스의 은신처에 사마리탄 요원들이 나타난다.
"여긴 갱들의 전쟁이 끊이지 않던 곳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평화로우니 사마리탄은 이곳을 의심하게 된겁니다."
부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라이어스는 핀치를 탈출시키려고 한다.
(보통 핀치의 몸빵 역할은 리스 전담이었는데, 이걸 일라이어스가 해주니 뭔가 낯설면서도 든든함.)
하지만 일라이어스도 사마리탄 요원의 끝없는 공격에 결국 죽음을 맞는다.
4시즌 피날레에서 죽은듯한 일라이어스를 살려낸 궁극적인 이유는, 아마도 핀치를 각성시키는데 필요한
첫번째 희생양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일라이어스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에서 벗어날 새도 없이 핀치는 사마리탄 요원들에게 납치당한다.
(친구가 살해당하는걸 핀치가 눈앞에서 목격하는게 이번이 두번째.....)
적에서 친구로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일라이어스의 죽음을 조용히 애도하는 리스.
일라이어스를 존경한다는 동네 아이의 제보로 리스는 핀치가 납치된 차량 번호를 알아낸다.
의외로 사마리탄은 핀치를 죽일 의도가 없다.
대신 핀치를 세뇌시켜 자기 명령을 수행하게 만들려는게 사마리탄의 목적.
핀치가 사마리탄에게 끌려가는 현장에 도착한 무서운 언니들.
"이것도 시뮬레이션이라면, 우리가 죽는다해도 무슨 상관이겠어?"
"너한테 그 얘기를 해주지 말걸 그랬네."
어마무시한 총격전 중에 여유롭게 대화하시는 두 분.......총격전 장면은 내가 봐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게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가 되어버렸으니 대충 넘어가자.
어쨌든 겨우 사마리탄 요원들 제압하고 핀치를 빼냈더니, 이번엔 미니건 꺼내오는 사마리탄.
공포의 연사를 자랑하는 총을 혼자 막겠다면서(!) 루트에게 핀치 데리고 도망가라고 하는 쇼.
거부하던 루트는 결국 핀치를 구하기 위해서 그 자리를 떠난다.
이 와중에 블랙웰은 사마리탄의 지시로 어디론가 가고있는데....
루트는 교전중에 총상을 입었지만, 사마리탄때문에 병원에는 갈수 없는 처지.
루트와 핀치가 탄 차를 추격하던 사마리탄의 미니건 탑재 차량은 루트의 역공을 받고 폭발.
"때가 되면 당신도 알게 될거예요. 당신이 원치않는 방법을 써서라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는걸."
"이 모든건 용감한 저항이 아니라, 멸망으로 가는 지름길인것 같아요."
하지만 일라이어스의 죽음을 목격한 핀치는 의욕 상실에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사마리탄의 지시로 블랙웰이 노리고 있던건 바로 핀치와 루트.
도주 차량이 지나갈 경로를 지키고 있던 블랙웰은 목표물이 눈에 들어오자 핀치를 조준한다.
하지만 먼저 저격수를 발견한 루트는 핀치를 지키기 위해 방향을 틀다가 총을 맞게 된다.
뭔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듯한 루트는 핀치를 지키겠다는 집념으로 계속 차를 운전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는 길은 경찰이 막고 있고....
핀치는 차 안에서 정신을 잃은 루트를 남겨두고, 경찰에 연행된다.
(하필이면 여기서 루트와 핀치가 헤어지는게 더 가슴이 아프다.....)
수십년 동안 법 집행 기관을 피해다니던 핀치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는 순간.
핀치의 지문 검색 결과, 과거 5년간 15건의 살인 사건 현장에서 나온 지문과 일치하고, 더 심각한건 1974년의
반역 혐의로 핀치 사건을 FBI가 맡게 됐다는 것이다.
(이 반역 혐의란, 핀치가 10대때 정부가 개발중이던 네트워크 시스템인 아파넷을 해킹한 사건. 그런데
이건 드라마상의 오류가 있다. 이 문제는 다른 글에서 정리.)
"경찰이 차에서 두 명을 끌어냈는데, 하나는 경찰에 체포됐고, 나머지 한명은 병원 중환자실에 있대."
핀치와 관련된 전산 기록은 전부 지워졌고, FBI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요원들이 요양원에 있던 핀치의
아버지와 면담한 기록의 첫 페이지와, 해롤드라는 이름뿐이다.
하지만 핀치의 해킹 사실은 인쇄된 기록이 남아있고, FBI 요원이 그 파일을 찾으러 갔기 때문에, 핀치는
반역죄로 기소되거나 사마리탄의 손아귀에 떨어질 최악의 궁지에 몰린 상태다.
그리고 10회 최고의 명장면.
"나는 오랫동안 내가 신봉하는 법칙을 믿어왔고, 그 규범을 따르며 살아왔습니다."
"올바른 법칙을 따르다보면, 결국은 승리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잘못 생각했던거군요."
"내가 아끼는 모든 사람이 죽었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죽게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죠."
"그래서 난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내 친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희망을 죽이고, 당신들이 세상을 짓밟는걸 방관하면서까지 내가 믿는
법칙을 계속 지켜야 할지를."
"난 당신을 죽일겁니다."
"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내가 어디까지 타락해야 할지, 내가 신봉하던 규범을 어느 정도까지
깨버려야 하는지.....난 그걸 결정해야만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에머슨옹의 피를 토하는듯한 명연기. ㅠㅠㅠㅠㅠ)
자기를 도와주던 일라이어스의 죽음을 목격하고, 루트도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드디어 핀치는
자기가 믿던 법칙을 내던지고 사마리탄을 없애기 위한 전쟁을 결심한다.
자, 이제 핀치의 어둠의 대마왕 각성은 90%쯤 진행됐다. (아직도 규범 문제로 갈등중.)
하지만 완전히 봉인을 깨고 마왕을 각성시키려면 마지막 일격이 필요한데.....
핀치를 데려가기위해 사마리탄이 개입하자 FBI는 관할권을 주장하며 거부하고, 이 과정에서 유치장으로
끌려가던 핀치는 자기 옆에 있던 공중전화 벨소리를 듣게된다.
"내 말 들려요? (Can you hear me?)"
"....루트?"
"아니예요, 해롤드."
"??"
"내 목소리를 선택했어요."
Can you hear me?를 듣는 순간, 이 전화를 누가 걸었는지 알게되고 심장이 내려앉는데, 이유는...
"Can-You-Hear-Me?"
이건 기계가 God Mode 전화를 걸때마다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루트의 음성을 자기 목소리로 선택했다는건 루트가 죽었다는 의미.
(이번 시즌 1회 도입부에 나왔던 나레이션의 주인공은 루트가 아니라 기계였나보다.)
핀치가 루트 목소리를 사용한 기계의 전화를 받고 있던 그 시각에, 퍼스코는 루트의 시신을 확인하고 있었다.
(핀치가 하필 이날 오픈 시스템을 종료하지 않았다면 루트가 살 가능성은 좀더 높았을지도....)
기계의 전화로 루트의 죽음을 직감한 핀치는 비통해하지만....
곧 정신을 수습하고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기계의 도움을 요청한다.
"여기서 날 빼내줄수 있겠니?"
"당신이 날 만들었잖아요. 원하시는건 뭐든 할수 있어요."
여기서 핀치 목소리란......루트의 죽음으로 드디어 암흑의 대마왕의 봉인이 깨지고, 기계의 제약도 풀렸다.
이번 에피소드 핀치의 각성은 베르세르크의 일식을 연상시킨다.
마왕을 깨우려면 가장 소중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고, 그 희생이 클수록 마왕의 힘도 커진다고.
핀치가 탈출한 뒤의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기계가 전원을 차단하면서 유치장의 문이 열리고, 6백명의 범죄자들이 빠져나갔다.
이제 핀치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됐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가 없다.
핀치가 탈출한 현장에 와서 상황 보고를 받던 리스에게 퍼스코의 전화가 걸려온다.
루트의 죽음을 직감한 쇼의 표정이..............
"사마리탄은 핀치를 죽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던것 같아요."
"그럼 핀치의 번호가 왜 나온거죠?"
"이제부터 핀치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를 우리에게 경고하려 한게 아닐까요."
10회에 대규모 총격전이 있고, 거기서 루트가 총상을 입었고 10회 이후에 촬영장에서 에이미 애커의 모습이
안 보인다는 루머는 들었지만, 이렇게 꿈도 희망도 없이 한방에 보내버릴 줄이야....ㅠㅠ
하지만 에피소드 내내 루트가 했던 말을 되새겨 보면, 루트는 물리적으로는 죽었지만 기계안의 세상에서는
계속 살아있을 것이고, 기계가 루트의 목소리를 선택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소원대로 루트는 기계와 퓨전이
됐다고 생각하면 좀 마음이 편해진다. 원래 이게 루트의 소원이 아니었던가.....
사실 핀치팀에서 절대 끝까지 살아남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게 루트였고, 루트 자신도 4시즌부터 계속
유언 비슷한 말을 하면서 죽음을 각오했었다.
"내 과거를 돌아보면, 가치있는 죽음은 내겐 대단한 특혜죠."
루트의 죽음은 핀치의 어두운 면을 각성시키는 마지막 퍼즐이 됐고, 핀치가 기계와 자신에게 걸린 제약을
모조리 깨고 사마리탄과의 본격적인 맞대결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결국 루트가 바라던대로 드디어 핀치가 각성했으니, 루트의 죽음이 헛된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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