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리뷰에 같이 쓰면 주된 스토리의 맥락이 끊기고, 글이 너무 길어져서 따로 쓰는 512 기계의 시뮬레이션.
512는 메인 스토리와는 별개로 만약 기계가 없었더라면 각 핵심 인물들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특정 인물의 미래까지 예측할수 있는 기계는, 애초에 기계를 만든게 잘못이 아닌가
후회하는 핀치에게 기계가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미래가 펼쳐졌을지에 대해 퍼오인 평행 우주의
세상을 보여준다. (덤으로 주요 등장 인물과 과거 에피소드에 대한 추억팔이까지.)
1. 핀치
감시 시스템 제작을 포기한 IFT는 정부와의 계약을 연장하면서 승승장구하고, 네이선도 멀쩡하게 살아있다.
핀치는 인공지능 제작을 포기한걸 아쉬워하지만, 네이선은 그 시스템이 부메랑으로 돌아왔을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만들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페리 사고가 없었으니 핀치도 부상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긴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거부하고
일에만 파묻혀 살아가게 된다.
기계의 중매로 약혼까지 했던 그레이스를 만날 일도 없었고, 리스, 루트, 쇼, 퍼스코, 카터, 일라이어스와
수많은 번호의 인물들을 만나서 경험했던 희노애락도 없이, 일에만 파묻혀서 그대로 무미건조한 일생을
보냈을거라는게 기계가 판단한 평행우주속 핀치의 미래.
양쪽 세상은 각각 좋은 일도 있지만, 안좋은 일도 있기 때문에 딱히 어느쪽이 더 좋다고 판단할수 없고
기계가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의도도 그런게 아닐까 생각된다.
2. 퍼스코
218에서 HR 보스 알론조 퀸에게 죽은 시맨스키 형사는 살아있지만, 정계와 경찰이 조직 범죄와 연루된
HR 스캔들이 터지면서 8번서의 살인 전담반은 해체되고, 형사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실종 사건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시맨스키가 왜 살아있을까 생각해보니, 핀치팀이 일라이어스가 5대 마피아 보스를 죽이는걸 막는 과정에서
일라이어스는 감옥행, 그 공백을 러시안 마피아가 메우면서 HR과 결탁하게 됐는데, 요고로프에 대한 반대
증언을 막으려고 퀸이 시맨스키를 죽였으니, 여기서 기계와 핀치의 개입을 빼면 시맨스키가 죽을일이 없음.)
퍼스코는 HR이 몰락하기 직전에 빠져나오는 바람에 감옥에 가지는 않았지만 경찰 직위는 박탈당했고,
여전히 술독에 빠져 살면서, 경찰 인맥을 이용해 변호사의 조사원이나 하는 처지가 됐다.
(음주 문제가 심각하던 퍼스코가 술을 끊은 계기가 리스와의 만남이라는 얘기는 311에 나옴.)
핀치 일행을 만난뒤 경찰내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유능한 형사로 인정받는 현재와는 달리, 평행 우주속의
퍼스코는 감옥에 가지는 않았지만, HR과 연루된 과거로 인해 사회적 지위는 완전히 추락한 상태다.
카터도 죽지않았고, HR을 무너뜨린 공로로 경찰 서장으로 승진했지만, 핀치팀을 만나지 못하고 올바른
인생을 살수있는 기회를 만나지 못한 퍼스코는 그대로 몰락하게 될것이다....라는게 기계의 예측.
3. 쇼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내부 고발자 헨리 펙 재등장.
기계의 시뮬레이션에서 헨리 펙은 122에서 퍼스코에게 했던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바로 ISA 요원인 쇼이고, 펙은 쇼에게 죽음을 당한다.
기계가 없는 세상의 시뮬레이션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건, 기계가 없었더라도 사마리탄이나 다른 인공 지능이
나타났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기계가 없었다면 쇼가 핀치와 리스를 만날일도 없었고 루트도 만나지 못했을테니, 상관의 손에
죽지 않았다면 계속 감정이 메마른 소시오패스 킬러로 살아갔을거고.
피날레 직전 추억팔이로 오랜만에 등장한 쇼의 파트너 콜. (216)
평행 우주에서도 콜은 자기들이 받는 정보의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도 결국 콜때문에
쇼까지 위험해지는게 아닌가.....기계와 핀치의 개입이 없었다면 쇼는 죽은 목숨이었는데 말이지.
122에서 펙은 핀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새로운 신분을 얻어 살아가게 된다.
이 에피소드가 흥미로운건, 감시 프로그램 내부 고발에 대한 내용의 122가 방송된게 2012년 5월 10일인데,
바로 다음해인 2013년 6월 10일에 에드워드 스노든의 프리즘에 대한 폭로가 있었다는것.
(시대를 앞서가는 퍼오인.)
4. 리스
리스의 평행 우주는 암울 그 자체다.
가정 폭력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제시카때문에 CIA를 그만둔 리스는 제시카의 남편 문제를 해결해주지만,
그 과정에서 리스의 어두운 면을 발견한 제시카는 리스를 떠나게되고, 모든걸 잃은 리스는 투신 자살을
선택한다는게 기계의 예상이다.
리스의 묘비에 써있는 091611은 리스가 핀치를 처음 만난 파일럿의 방영 날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파일럿 방영일은 2011년 9월 22일이었고, 저 날짜는 그보다 6일 빠르다.
이 날짜의 차이는 기계의 세상에서 핀치와 만났던 시점 이전에 이미 리스는 세상을 떠났다는걸 보여주려는
의미가 되려나.
기계가 없었다면 케이시가 기계의 코드를 해킹할 일도 없었고, 핀치가 바이러스를 탑재해서 유출시킨
노트북을 찾으려고 리스가 중국으로 갈 일도 없었겠지만, 제시카와의 관계가 재개되는게 결과적으로는
리스의 자살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복잡하다.
(역시 리스의 쿠크다스 멘탈은 어느 세상에서나 똑같구만.)
이번 에피소드는 사람 사이의 상호 관계와 그 나비 효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것 같다.
5. 루트
루트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사마리탄이 정부의 감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사마리탄과 그리어의 권력 남용에 대해 불만이 많고, 감시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개리슨 상원의원도 그리어에게 이런 불만을 표출한다.
그리어는 사마리탄 요원인 루트에게 개리슨 의원의 제거를 지시한다.
기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공 지능 덕후인 루트는 사마리탄과 그리어를 위해 일하고 있을것이고,
인간을 'bad code'로 평가하던 소시오패스적인 태도도 변함이 없을거라는게 기계의 시뮬레이션.
(루트가 죽은 다음에도 에이미 애커가 잠깐 나온다더니 이렇게 나오는건가.....)
루트의 경우는 다른 시뮬레이션과 좀 다른데, 사마리탄을 파괴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유포시켜야 하지만,
기계도 같이 죽게된다는 사실때문에 망설이는 핀치에게 확신을 주려는게 기계의 목적이다.
* 또 다른 인공지능의 출현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기계나 사마리탄이 없어도 다른 인공 지능이 나타날거라는 암시가 계속 나오는데
그 가능성은 이미 전 시즌에 걸쳐서 여러번 보여줬다.
311에 정부가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 기계외에도 여러개의 프로젝트를 시도했다가 기계가 완성된 후
예산 문제와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핑계로 다른 프로젝트를 전부 종료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
장면에서 기계가 라이벌 인공지능을 스캔하는 화면에서도 폐기된 인공지능 프로젝트가 여러개 등장하는걸
볼수있다. (저중에 깨알같이 껴있는 프리즘. -_-)
4시즌 1회의 도입부.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들을 제거해버리는 조직의 존재를 눈치챈 기자는 사마리탄 요원
마틴에게 암살당한다.
402에서도 사마리탄은 인공지능을 개발중인 용병 회사를 몰락시킨 적이 있다.
그러니까 새로운 인공지능 개발 시도가 없는건 아니었지만, 사마리탄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부터는
라이벌이 될만한 인공지능은 초기 단계에서 사마리탄이 전부 제거했다는 얘기다.
5시즌에서 핀치가 바이러스 유포로 사마리탄을 제거하고 기계를 봉인한다고 해도, 그 이후 새로운 인공지능이
나타나는건 필연적인 일인데, 만약 퍼오인이 리부트되면 이 스토리를 이용하는게 아닐까.
새 인공지능 출현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걸 보면, 제작진도 리부트를 염두에 두고 약간은
열린 결말로 만들었다는게 바로 이 부분인것 같다.
(하지만 등장 인물 다 죽이면 이것도 의미가 없으니, 피날레에서 누굴 또 죽이느냐가 문제.)
그리고 512를 보고나서 무슨 의미인지 알게된 루트 무덤 묘비의 숫자.
050313.
드라마 상으로는 익명의 무덤 표시를 위한 무작위 숫자일 뿐이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 얻은 힌트로
다시 찾아보니 이건 루트가 처음으로 기계의 전화를 받았던 221, 'Zero Day'가 방영됐던 13년 5월 2일의
다음날인데, 이유는 루트가 전화를 받은 시간이 자정이라 날짜가 바뀐 시점이기 때문이다.
(액션은 허접한데 이런데서는 또 쓸데없이 세심함.)
데시마 바이러스때문에 자정에 초기화된 기계가 God Mode를 부여하는 첫번째 전화를 받은 루트.
인공지능의 존재를 알게된 뒤부터 기계와 연결되는게 루트 인생 최고의 소원이었는데, 그 꿈이 이뤄진
역사적인 순간이니만큼 제작진이 루트의 묘비에 그 날짜를 새겨준것 같다.
덕후의, 덕후를 위한, 덕후에 의한 드라마 퍼오인.
후아.....이제 진짜 한편만 남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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