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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Ball !!

스토리가 있었던 SK 우승

by DreamTime™ 2018. 11. 18.


11월 12일 6차전으로 끝난 2018 한국 시리즈의 최종 승자는 SK. 


집에 늦게 들어와서 6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SK가 번번이 찬스를 날려먹고 두산이 역전하길래 

당연히 7차전 갈줄 알았다. 

한점 뒤진 9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 최정이 나오길래 그대로 경기가 끝날줄 알았는데, 

세상에, 부진하다못해 땅파고 들어가던 최정이 동점 홈런을...!!! 



그리고 연장전이 항상 그렇듯 두팀 다 빠따가 시베리아가 된 상태로 13회까지 가는데...

1차전을 제외하면 시리즈 내내 삽질한 한동민 타석. 

하지만 전 타석 연속 삼진 3개인걸 본 순간 여기서 큰거 하나 나오겠다는 촉이 왔는데 



히이이익 진짜 큰게 나와버림....

무려 잠실 상단에 꽂히는 초대형 홈런. 



이거 보면서 2011년 월드시리즈 6차전 데이빗 프리즈가 생각났다. 

프리즈도 시리즈 내내 삽질하다가 6차전 9회 2사 벼랑끝에서 동점 적시타치고 11회 워크오프날려서 

결국 시리즈 MVP가 됐는데, 한동민도 이거 한 방으로 한국 시리즈 MVP 먹음. ㄷㄷ 



플옵 5차전 워크오프로 팀을 한국 시리즈로 올려놓더니, 코시에서는 아예 시리즈 MVP를 먹어버림. 

이 친구 결정적인 순간에 임팩트가 엄청난데, 박정권의 뒤를 잇는 가을야구 지배자가 되는게 아닌가. 

엔씨가 가을야구가서 SK를 만나면 한동민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했는데, 이 망할놈의 팀이 

언제 재정비해서 가을야구 가겠나 싶고....ㅠ 



몸은 풀었는데 계속 동점 상태라 못 나오던 김광현이 드디어 마무리하러 출격...

SK 우승의 순간에는 항상 김광현이 있는것 같다. 

17시즌을 통으로 쉴때는 과연 원래 모습을 찾을수 있을까 싶었는데, 힐만 감독의 꾸준한 관리덕분에 

결국 마지막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팀에 네번째 우승을 안겨준걸 보면 역시 에이스는 에이스. 



시즌 성적 14.5게임차 2위 팀 SK가 플옵을 뚫고 올라와서 업셋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  

진짜 부럽다.... 

종잇장 뎁스의 우리 가난뱅이 팀은 언제 우승해서 저런거 보냐. 



선수들에게 헹가레받는 힐만 감독. 

이번 우승으로 힐만 감독은 한국, 일본 양국에서 우승을 경험한 야구 역사에 유일한 감독이 됐다. 



10년이 지났는데 왕조 시절과 별로 달라진게 없는것 같은 김광현.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확실히 느낀건, 외인이든 토종이든 확실한 기둥이 될 에이스가 있는게 

우승의 전제 조건 중 하나라는 것이다. 

15년 두산엔 니퍼트가 있었고, 17년 기아엔 양현종, 올해 SK에는 돌아온 김광현이 있었음. 

(ㅅㅂ 우리팀엔 아직 확실한 에이스도 없어...) 



내내 삽질하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으로 한국 시리즈 MVP가 된 한동민. 

07년엔 새파란 신인이던 김광현이 이젠 팀의 중고참이 됐네. 세월이 뭔지....



플레이오프 5차전 연장 혈투를 벌이고 올라와서 정규시즌 14.5게임차였던 두산을 4승2패로 이기고 

올해를 끝으로 팀을 떠나는 힐만 감독에게 이별 선물로 우승 반지를 선사한 선수들. 

 



원래 사람들이 언더독에 감정이입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이번 한국 시리즈는 유독 야구팬들이 대놓고 

SK를 응원했는데, 플레이오프때부터 비인기팀이라며 실력으로 올라온 팀들을 무시하고 심지어 편파까지 

의심하게 만든 KBO의 행태와 언론의 작태가 사람들의 빡침 지수를 올렸기 때문이다. 


나도 이번에 SK가 우승하길 바랬는데, 그 이유는 힐만 감독의 야구 스타일 때문이었음. 

그 해 우승팀, 혹은 왕조를 이루는 팀의 운영 스타일이 리그의 10년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KBO 리그는 2천년대 초중반 삼성의 불펜 야구와 그걸 더 심화시킨 벌떼 야구로 왕조를 이룬 SK식 야구가 

리그를 장악하면서 불펜 의존도가 높고, 따라서 불펜 혹사가 심화되는 야구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MLB식 데이터 기반의 철저한 관리 야구로 첫해 5위, 2년차는 정규 2위를 달성한 힐만 감독의 야구가 

젊은 감독으로 물갈이되는 추세의 KBO 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때문에 SK가 

우승하길 바랬는데, 역시 과거에 왕조를 이뤘던 팀의 저력은 대단했다. 


과거 왕조 시절 SK는 자타 공인 최강팀인 동시에 리그에서 손꼽히는 비호감 팀이었는데 거기엔 

어그로 대마왕이었던 그 감독의 지분이 매우 크다. 

이번 한국 시리즈때 타팀팬들이 죄다 SK를 응원한데는 언더독의 업셋을 보고싶은 심리도 있지만 

힐만 감독에 대한 호감때문에 팀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도 큰 이유였던것 같다.  

힐만 감독은 데이터 기반 야구 외에도, 선수단 위에 군림하는 감독이 아닌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라는 

역할에 대한 새로운 프로토 타입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야구에 한 획을 그었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일천한 한국 야구는 아직 바람직한 감독 상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는데, 

선수단과 코칭스탭 위에 군림하는 제왕형, 선수 갈아서 자기 업적쌓는 맷돌형, 형님 리더십을 내세우는 

조폭형, 잘못된 야구관으로 팀을 벼랑끝으로 몰고가는 오류형, 팀 잘 만나서 명장 소리 듣다가 다른팀에 

가서 원래 실력 뽀록나는 어부지리형, 사람은 좋지만 팀 컨트롤도 못하고 성적도 못내는 무능형 등등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들이 있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닌 자신의 감으로 주먹구구식 

야구를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하고, 그 와중에 희생되는 선수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힐만과 비슷한 스타일의 토종 감독이 같은 시기에 나타났는데, 바로 넥센의 장정석 감독. 

관리 야구를 하는 매니저 스타일 감독들의 팀이 둘 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한 팀은 플레이오프, 

또 한 팀은 한국 시리즈에 올라가서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는건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야구에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 될것 같다. 


남의 집 잔치를 보면서 부러움에 이것저것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써본 가난한 팀 야빠의 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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