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스포
IMDB에서 예고편과 배우들 인터뷰 동영상을 보기도 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괜찮아보여서
꽤 기대하고 봤던 드라마 Bosch.
하지만 1시즌을 다 보고난 감상은 솔직히 좀 실망이었다.
파일럿을 볼때만 해도 이거 상당히 괜찮겠다 싶었는데, 본편으로 들어가면서 기대와는 다른 전개와
어디선가 본듯한 요소들을 어설프게 짜맞춘듯한 드라마의 구성이 보는 사람을 맥빠지게 한다.
주인공의 불행한 과거와 오래된 미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트루 디텍티브와 유사하지만
TD 러스트의 처절함과는 비교가 안되고, 사건 해결과 진행 과정도 TD의 치밀함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고,
명령 체계와 규칙을 무시하는 주인공의 원맨쇼라는 면에서는 24의 잭 바우어를 연상시키긴 했지만,
보쉬 역을 맡은 배우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이 키퍼 서덜랜드에 한참 못미쳤고, 경찰과 검찰 고위층의 권력 암투가
일견 와이어와 비슷해보이긴 했지만, 와이어만큼 스토리에 깊이가 있는게 아니라 그냥 메인 스토리의 어설픈
곁가지에 불과한데다, 이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돌아가는게 아니라 뜬금포로 툭툭 튀어나오는 바람에
영 몰입이 되질 않았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요소들을 여기저기서 차용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재료들을 제대로 엮어내지 못해서
이맛도 저맛도 아닌 잡탕 섞어찌개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불법 체류 매춘녀들만 노리는 연쇄 살인범 용의자를 미행하던 보쉬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용의자가 총을 뽑는걸
보고 정당방위로 용의자를 사살하지만, 총기에서 용의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다.
재판을 받는 동안 일을 못하게 되자, 다른 경찰의 소소한 사건들을 대신 해결하고 다니는데 그 와중에 20년 전에
살해당해서 암매장된 12살 소년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한다.
소년은 장기적으로 누군가에게 학대받은 흔적이 있고, 이 점이 보쉬의 혹독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면서 보쉬의 감정 이입을 부추기는데, 여기에 호모포비아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가 얽히면서 스토리는
상당히 산만해진다.
파일럿은 그래도 꽤 괜찮다 싶었는데, 2회에 게이 혐오 연쇄 살인범이 잡히게 된 것도 너무 뜬금포였고,
범인이 감옥에서 나가게 되는 과정도 너무 인위적이고 조악했다.
그래도 3,4회쯤 지나가면 나름대로 다음편이 궁금해질 정도의 몰입은 되는데, 연쇄 살인범 사건의 결말이
좀 시시해서 김이 빠지고, 파일럿에서 다음 전개에 흥미를 갖게 만들었던 12살 소년 살해사건은, 학대의
주체와 살인범이 의외의 인물들이라는걸 빼면 더 이상의 흥미거리를 주지 못한 채 매듭을 지어서 이쪽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고.
2시즌 확정이라 다음 시즌이 나오면 한번 보긴 하겠지만, 1시즌으로 미루어볼때 2시즌도 크게 기대되진 않는다.
24 시즌7,8에 나왔던 Annie Wersching이 보쉬의 여자 친구로 나오는데, 파일럿에서는 변호사 일을 하다가
뒤늦게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경찰에 뛰어든 신념있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소위
발암 캐릭터로 변신하는 인물이다.
초보 경찰의 필수 과정인 순찰 업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경찰내에서 출세하려는 야망때문에 이런저런 무리수를
두다가 여러번 찍히기도 하고, 결국은 자해를 해서 용의자를 모함하는 대형 사고를 치게 된다.
상당히 똑똑한 여자로 묘사해놓더니, 초연 반응 검사만 하면 당장 들통날 거짓말을 고수하면서 승진을 기대하는
멍청이로 만들어놓은 과정도 정말 별로였다. 보는 사람 짜증만 나게하면서 설득력은 하나도 없고.
미국 드라마는 영웅적인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인지, 여성 캐릭터를 굉장히 짜증나는 인물로 설정할때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이런 패턴은 참 마음에 안든다.
반면 보쉬의 전처로 나오는 사라 클락은 드라마에서 제일 매력적인 캐릭터.
전직 FBI 프로파일러로서 심리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살려서 프로 갬블러가 된 사람인데, 연쇄 살인범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해서 보쉬의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24에서 니나 마이어스로 나왔던 때가 2001년이니까 14년이 지났는데 이 분도 참 안 늙으시는듯.
X파일 Cancer Man의 와이프 카산드라 스펜더로 나왔던 배우가 연쇄 살인범의 foster mother로 등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에도 나온 배우인데, X파일때만 해도 나름대로 젊으시더니 이젠 완전히 할머니가
되셨다. 세월이 뭔지...
X파일 멀더의 전 파트너 다이애나 파울리로 나왔던 미미 로저스가 검사로 나옴.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분은 탐 크루즈의 첫번째 부인이었다.)
20년 전에 살해된 소년의 아버지는 X파일에서 스컬리의 오빠로 나왔던 배우.
그리고 해리 보쉬역 Titus Welliver는 X파일 1시즌 살인 곤충 에피소드에 나왔었다.
(왠만한 미드 배우중에 X파일 안 거쳐간 사람 없다더니.....)
그리고 차기 시장 자리를 노리는 야심만만한 지방 검사와 권력 암투를 벌이는 경찰 부국장은
The Wire의 대니얼스 반장.
사실 보쉬를 보게된 계기는 그동안 주로 갱스터 역을 맡았던 제이미 헥터가 형사로 나온다고 해서였는데,
그냥 보쉬 원맨쇼에 파트너의 역할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기대했던 경찰 버디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드라마를 보고나서 기억에 남는건, 전망이 환상적인 주인공의 집과
(보쉬의 딸이 말한대로 밤에는 '우주선에서 내려다보는듯한 경치'를 자랑하는 절벽스럽게 생긴 언덕위에
위치한 집인데, 보쉬가 수사했던 사건을 영화화하는 댓가로 영화사에서 받은 돈으로 산 집이라는 설정.)
파일럿부터 귀에 꽂혔던 재즈 뮤직 모음이다.
1. Lullaby - Frank Morgan
2. Soul Eyes - John Coltrane
3. My Funny Valentine - Art Pepper and the Hollywood All-Stars
4. My Foolish Heart - Bill Evans
5. Mood Indigo - Frank Morgan
6. For All We Know - Sonny Rollins
7. Rush Life - Joe Henderson
8. Straight Life - Art Pepper
9. Willow Weep For Me - Clifford Brown
10. What A Wonderful World - Louis Armstrong
덕분에 빌 에반스, 존 콜트레인, 아트 페퍼, 클리포드 브라운, 소니 롤린스의 디스코그래피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게 됐고, 내 재즈 플레이 리스트는 아주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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