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빌리언즈는 핵심인물 중 하나가 헤지 펀드 매니저이다보니, 극중에서도 그쪽 세계에 관련된 얘기들이
나오는데, 어차피 드라마는 일반인 대상이라 전문 분야를 잘 몰라도 대략적인 이해는 가능하다지만,
기왕이면 알고 보는게 더 재미있을것 같아서 관련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이 글을 쓰는 장본인도 경제 지식은 수박 겉핥기식 대략적인 개념만 아는 수준. ㅜ)
일단 드라마에서 자주 언급되는 몇가지 기본 개념을 정리해보자.
헤지 펀드 : 비공개로 모은 소수의 투자자들로 거대 자금을 조성한뒤,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hedge)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펀드로, 수익률이 큰 파생 상품에 단기로 투자하며, 투자 방법에는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이 있다.
롱 포지션 : 특정 자산을 쌀때 사서 비쌀때 파는 방법.
숏 포지션 : 담보를 근거로 특정 자산을 빌려서 비쌀때 팔고, 일정 기한이 되면 자산을 싼값에 다시 사서
갚는 방법. 역방향 투자라고도 하고, 원리는 공매도(short selling)와 비슷하다.
헤지 펀드의 막대한 수익의 비결은 바로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을 연계해서 레버리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풀어서 쓰자면, 자금을 조성해서 장기 투자(롱 포지션)로 자산을 매입해놓고, 그것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숏 포지션으로 단기 역방향 투자를 해서 그 차익을 다시 롱 포지션에 재투자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보통 롱 포지션은 저평가된 자산을 장기 투자하고, 숏 포지션은 고평가된 자산에 단기 투자를 한다.
상승장에서는 롱 포지션으로 수익을 올리고, 하락장에서는 숏 포지션이 롱 포지션의 손실을 만회시켜 주기
때문에, 이 두가지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것이 바로 헤지 펀드의 일정한 수익률 보장 비법.
대충 이 정도만 알아두면 드라마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것 같다.
뭔 소린지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어쨌든 이런 개념을 이용해서 드라마 내용을 이해해보자면....
AXE의 애널리스트들은 Lumetherm Power가 Electric Sun에 합병된다는 정보를 알아내고, Electic Sun이
시장가보다 높은 주당 가격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합병이 확정되면 주가가 오를것이라고 생각하고
바비 액셀로드에게 Lumetherm에 대한 롱 포지션을 제안하는데,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한 바비는, 합병 이후 이사회 의장으로 Kazawitz라는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나서 태도를 바꾼다.
바비는 Lumetherm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숏 포지션 역방향 거래를 지시하는데, 그 이유는
1. Kazawitz는 Electric Sun의 경영권을 보유한 동시에, Southern Wind라는 업체를 통해서 Lumetherm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며칠전 관련 주식의 대량 매도가 있었다는 점.
2. 그 거래가 굳이 점심 시간중에 이루어졌다는건, 다른 사람들이 그 거래에 주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이고,
이것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3. Lumetherm에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한 Kazawitz가 Electric Sun과 합병한다는 루머를 흘려서 일시적으로
Lumetherm의 주가를 부양한뒤, 해당 업체에서 자기 지분을 뺐다는게 바비의 생각.
4. 그러므로 합병은 없을것이고, 그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Lumetherm의 주가는 떨어질 것이다. 결론은 숏 포지션.
(바비 액셀로드가 어떤 인물인지를 짧고 강렬하게 보여주는 장면. 임팩트가 대단했다.)
최고의 애널리스트들도 따라가지 못하는 바비 액셀로드의 정보력과 분석력. ㄷㄷ
(낯익은 배우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왼쪽은 퍼오인에서 사마리탄 베타 테스트를 담당했던 버질이고, 오른쪽은
하오카 언더우드 부부의 전담 경호원인 에드워드 미첨.)
역시나 바비의 예상대로 합병은 무산됐고, 숏 포지션을 고수한 AXE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트레이더가 더 낮은 가격에 숏 커버링을 해서 바비의 예상보다 천8백만 달러를 더 벌어들임)
또 한가지의 예.
바비는 이 두 사람에게 자동차 부품회사인 'Superior Auto'를 분석해보라고 지시했는데, 같은 회사에 대해서
왼쪽은 롱, 오른쪽은 숏 포지션을 취할것을 주장한다.
롱 포지션 : Superior는 대세가 되고있는 알루미늄 휠을 고품질로 대량 생산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것이기 때문에
회사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숏 포지션 : 누적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아서 한동안 재고 부담이 클것이고, 주가는 내려간다.
뭐 대략 이러한 이야기고, 바비는 정보의 근거가 확실한 숏 포지션쪽을 선택한다.
드라마보는데 이런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긴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바비 액셀로드가 업계에서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내용을 알고 넘어가는게 좋을것 같아서, 내 머리 용량의 한계를
넘어서는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정리를 해 보았다.
(나도 모르는 얘기를 쓰다보니 CPU 과부하에 저혈당 증세가 몰려옴)
그리고 파일럿의 화두였던 바비 액셀로드의 대저택 매입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바비가 사려는 해변가 대저택은 대략 6천~8천만 달러의 싯가를 자랑하는 엄청난 고가 매물인데, 아무리 부자라도
이런 비싼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IRS(미 국세청)에서 세무 조사하겠다고 덤벼들기 십상이고, 게다가 그 주인공이
바비같은 헤지 펀드 매니저라면 SEC(증권 거래 위원회)까지 달려들어서 양수 겹장으로 조사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여기에 언론까지 가세하면 결국 연방 검사에게까지 조사 압박이 들어오게 될테고....
하지만 자신의 무패 기록을 지키려는 로즈 검사는 현재 최정점에 있는 바비 액셀로드와의 맞대결을 최대한
피하려 하고, 바비가 이런 대저택을 구매해서 언론과 정부 기관의 이목을 끄는걸 바라지 않는다.
결국 척 로즈는 자기 보좌관을 바비의 변호사에게 보내서 저택 구입을 만류하도록 하는데,
바비의 변호사는 꿈쩍도 안한다.
"이 나라에서 부자가 집을 사는게 언제부터 불법이 됐지? 이쪽은 깨끗하다구."
"워렌 버핏이 그랬죠. 어떤 차든 경찰이 800킬로미터쯤 따라가다보면 결국은 딱지를 끊게 된다고."
털어서 먼지 안나는 놈 없으니, 탈탈 털다보면 뭔가 나오지 않겠냐는 얘기.
그리고 파일럿의 마지막에 바비가 6천3백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저택을 구매했으니, 2회부터 국세청과
증권거래 위원회와 언론의 메인 타겟이 될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결국 척 로즈가 원치 않던 바비 액셀로드와의
맞대결은 그만큼 가속이 붙게 될 예정.
요즘 미드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치정과 불륜은 최소한으로 하고, 빌리언즈는 법과 경제와 정치가 맞물려 돌아가는
건조한 음모론을 고수하는 선굵은 드라마를 선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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