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1. 개성있는 아역들
이 드라마가 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각자 개성있는 아역 배우들의 매력에 있다고 본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아역이 많이 나오면 어린이다움을 강조하려고 하다가 드라마가 유치해지기 쉬운데,
'Stranger Things'는 그런면이 거의 없다. (기묘한 이야기)
꼬맹이 4인조가 매년 과학 경시 대회 1등을 차지하는 과학 덕후라는 기본 설정은 이들이 이계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데 대한 설득력있는 밑밥을 제공한다.
아이다운 면도 있지만 친구를 찾기 위해, 놀랄만큼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가는 3인조.
보다가 폭소터졌던 장면.
비오는 날 숲속에서 윌을 찾다가 엘을 만나게된 3인조는 엘을 마이크의 집으로 데려와서 갈아입을 옷을
주는데, 연구소에서만 자라서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지못한 엘은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고,
3인조는 식겁하면서 엘을 뜯어말린다.
사춘기 이전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여주려고 넣은건가.....어쨌든 이 장면 맘에 들었다.
3인조 중에서 제일 귀여운 녀석은 역시 더스틴.
앞니가 없어서 조금씩 말이 새는 더스틴은 동글동글 통통하니 동작도 귀엽지만
(엘이 옷을 벗으려고 했던걸 계속 흉내내던게 대박)
3인조 중에서 제일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녀석이기도 하다.
엘이 무선 통신기를 이용해서 이계에 있는 윌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다가 통신기에 불이 나자 바로 소화기를
가져와서 화재 진압.
이계로 가는 출구는 강한 자기장을 형성할테니 나침반을 이용해서 출구를 찾을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도 더스틴.
초능력 사용으로 탈진한 엘에게 기운을 차릴만한 음식을 챙겨주기도 하는 사려깊은 녀석이기도 하다.
마이크와 루카스의 싸움을 중간에서 중재하기도 하고, 엘을 질투하는 루카스의 심리를 꿰뚫어보기도 하는
애어른같은 면도 있다.
루카스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걸 캐치하는 예리한 면이 있고, 세명중에 제일 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절친이었던 마이크가 자기보다 엘과 더 친해지는걸 질투하기도 한다.
행동력도 있어서, 엘 문제로 마이크와 싸운 다음 혼자서 이계로 가는 출구를 찾아낸다.
엘이 고의적으로 윌을 찾는걸 방해한다고 생각했던 루카스는 엘이 자기들을 구해준뒤에 그동안 엘을
오해했다고 사과하는 쿨한 모습을 보이기도 함.
자기 집 지하실에 엘을 숨겨준 마이크는 친구에 대한 의리와 배려심이 있고, 리더 기질도 있다.
(공교롭게도 마이크역 Finn Wolfhard는 스티븐 킹의 'It'을 리메이크한 2부작 영화에서 '루저 클럽'의
일원으로 캐스팅되는 바람에, 비슷한 작품에 또 출연하게 됨.)
실종된 윌을 찾는것 외에 이 드라마의 한 축을 이뤘던 마이크와 엘의 우정.
어린애들의 순수함을 용납하지 않는 막장의 시대에, 사춘기 이전 아이들의 Puppy love는 정말 신선했다.
2. 기억에 남는 캐릭터
아무래도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엘인것 같다.
태어나자마자 정부에 의해 생모와 헤어지고 연구소에서 초능력 개발을 위한 실험체로 살아온 엘은
언어 능력이 떨어진다는 설정때문에 대사가 별로 없지만, 그래서 가끔씩 서툴게 발음하는 단어들이 더
인상적이고 짠하다.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을 증폭시키는데 효과적인 장치)
다른 나라를 공격할 무기를 만들겠다는 어른들의 맹목적인 탐욕에 희생되서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빼앗기고,
타의에 의한 일이긴 했지만 괴물을 이 세계로 데려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생전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괴물을 죽이고 자기도 같이 죽는 길을 선택한 엘이 가장 기억에 남는건 당연한 일이겠지.
윌이 괴물의 숙주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외에 이 드라마의 뒷맛이 찜찜한 이유는 바로 엘이 겪은
아동학대 때문이다.
정상적인 인생을 몽땅 뺏겼던 아이가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 괴물을 죽이고 마을 사람들을 구했는데
한달 후에 엘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하퍼 서장과 마이크 뿐이다. (ㅠㅠ)
일레븐 역을 맡은 Millie Bobby Brown은 아역인데도 굉장히 인상이 강하다 했더니, 이 친구가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이 전부 만만치가 않다.
TV 시리즈 'Intruder'에서 살인마가 빙의된 아이를 연기했고, NCIS에서는 싸이코패스로 나오기도 했다.
머리를 짧게 밀어놓으니 미묘하게 나탈리 포트만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필모로 보면 이 친구도 앞으로
대단한 배우가 되는게 아닐까 기대된다.
3. 그 외 주요 인물들
원래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바로 위노나 라이더의 캐스팅이었다.
절도 사건때문에 커리어의 전성기에 하락세를 타고 오랜 암흑기를 거친 위노나 라이더가 드라마에
출연한다니 관심을 안 가질수가 없지.
정말 오래만에 보는 위노나 라이더는 세월의 흔적은 숨길수 없었지만 예전의 그 예뻤던 모습이 약간은
남아있고, 무엇보다 20대 초반에도 쩔었던 연기력은 그대로더라.....
무엇보다 자기 커리어에서 낯선 분야인 아이 둘을 키우는 편모, 그것도 생활고에 찌든 초라하고 악바리같은
중년 여자를 너무 잘 묘사해서 그저 놀라울뿐.
초능력 실험을 총괄하는 브레너 박사로 나오는 매튜 모딘은 백발때문에 처음엔 못 알아봤음....
성인 배우 중에서 제일 변화 폭이 컸던 캐릭터는 하퍼 서장이었다.
딸을 병으로 잃은뒤 이혼하고 술에 쩔어 살던 하퍼 서장은 처음엔 윌의 실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윌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다가 초능력을 개발하는 정부 연구소의 정체를 알아낸 다음부터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이 사건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윌을 찾기위해 연구소로 난입해서 이계의 입구를 통과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박사에게 엘을 넘겨주는 냉정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뒤 엘의 무덤 대신 만든 상자에 음식을 넣어두는 모습은 딸을 잃은 아버지가
다른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는것 같아서 훈훈했다.
퍼오인에서 냉혹한 킬러 마틴 역을 맡았던 카라 부오노가 80년대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인 가정 주부인,
마이크의 엄마 카렌으로 등장.
자기 연애를 위해 본의아니게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바람에 발암 캐릭터로 당첨된 낸시는, 그 이후에
친구를 찾기위해 조나단과 협력하는 단계에서는 전형성에서 약간 탈피한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보는데 왠지 낯이 익는다 했더니 에미 로섬을 좀 닮았음.
윌의 형 조나단은 데인 드한, 디카프리오, 리버 피닉스를 조금씩 섞은것처럼 생겨서 드라마 보는 내내
얘를 어디서 본적이 있었는지 머리 굴리게 만들어준다.
요즘은 이런 얼굴이 먹히는 시대지만, 80년대에는 스티브처럼 생긴 녀석이 더 인기있지 않았을까. ㅋ
그런 의미에서 배우 캐스팅도 꽤 적절한것 같다.
이번 여름에 제일 화제가 된 시리즈답게 'Stranger Things'는 벌써 시즌2 리뉴얼이 확정됐다.
(떡밥 하나 빼면 완벽한 스토리 종결이라 단일 시즌으로 끝날줄 알았는데...)
배경과 등장 인물은 동일하지만, 시즌2는 시즌1 스토리의 연장이 아닌 다른 이야기가 될거고, 엘이 다시
나온다는 얘기가 있는걸 보니 엘이 살아있을 가능성도 있나보다.
시즌1에서 하퍼 서장이 인상적이다 했더니 시즌2에서는 서장의 과거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고 함.
제작진들이 시즌1 캐스팅을 마음에 들어해서 배우가 바뀔 일은 없을거라는데, 다음 시즌을 찍을때쯤 되면
아역 배우들의 폭풍 성장으로 청소년이 되어 나타나는게 아닐지.
관련글
'Movie > 미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HBO 8부작 미니시리즈 'The Night Of' (0) | 2016.10.05 |
---|---|
야구로 깨진 멘탈을 나르코스로 치유중 (1) | 2016.09.12 |
Stranger Things 리뷰 - (2) 80년대 감성 (2) | 2016.08.14 |
Stranger Things 리뷰 - (1) 스토리라인 (2) | 2016.08.09 |
빌리언즈(Billions) 시즌1 12회 리뷰 (9) | 2016.04.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