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초쯤 하도 심심해서 그 유명한 '잭 바우어'형님이 나온다는 미드 24의 에피소드를 한 편 땡겼다.
...그날 이후 대략 두달간 제대로 폐인 놀이하고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드디어 시즌7까지 올 클리어 하고난 후에 든 생각.
- 야호 이제 스포에서 해방이다~~
- 헐...그런데 이제 볼게 없네. 이런 비극이. ㅠㅠ
난 원래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한국 드라마는 아무리 유명한 것도 제대로 본게 없고,
(유일한 예외. 불멸의 이순신은 임진왜란부터 풀타임 시청.)
일드는 일본어때문에 억지로 보려고 시도하다가 그 유치함에 거품물고 포기.
미드가 작품성은 좋은데 정서적인 거리감이 너무 심하고.
영어때문에 프렌즈를 꾸역꾸역 다 보긴 했지만 이건 뉴욕의 여피들 얘긴지,
세렝게티 동물들의 짝짓기 시즌을 보여주는 드라마인지 도통 구분이 안 갈 정도니 뭐.
게다가 요즘 나이때문인지 재미있는 것도 없고, 뭘 집중해서 볼 의욕도 없어져서
2시간 짜리 영화는 고사하고 20분짜리 애니메이션 한 편도 연속으로 못보는
극악의 집중력을 시전하던 중이었다.
극도의 짜증유발과 쫄깃한 스릴감과 포맷의 참신함으로 무장한 시즌1.
그러다가 보게 된 24.
와, 뭐 이런 마약같은 드라마가 다 있나.
광고빼고 에피 하나당 42분짜리 24편을 앉은 자리에서 거의 스트레이트로 봤다.
그뿐인가.
시즌1 엔딩이 엄청 충격인데 에피 하나에 한시간이라는 시간 제한덕에 아무런 여운도 없이
확 끝나버리서 그 허무함과 궁금증때문에 바로 시즌2 달리기 시작.
근데 또 시즌2가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시즌이라는거 아니겠나.
당연히 중독성은 이전 시즌에 비해 더 강력해졌다.
정말 1,2 시즌 달릴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도 안난다.
낮에는 일을 해야하니 밤에 제대로 자긴 해야하는데 뒤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고.
보통 일찍 잔게 새벽 2,3시고 주말엔 진짜 꼬박 샌 적도 있다.
이때는 다크서클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
시즌2의 히어로 조지 메이슨옹. 시즌2는 여러모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
이런 식으로 대략 3시즌까지 줄창 달리다가 시즌4 초반에 등장인물이 홀라당 바뀌면서
적응이 안되는 관계로 한동안 휴지기가 오고, 시즌5 에피1에서 중요인물들 올킬당하는거 보고
충격받아서 꽤 오랫동안 진도를 못나가는 사태가 발생한다.
아마 이건 24 빠들 상당수가 경험하는 일일듯.
근데 진도가 안나간다고 폐인생활을 접을수 있느냐하면 절대 아니다.
괜히 중독성 운운하는게 아니라니까.
'복습'이라는 옵션이 있다. ㅡㅡ+
시즌3의 메인 캐릭터 토니&미셸. 24에서 이 커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시즌4 초반에 발목잡혀서 1~3시즌 복습하다가 인내심을 가지고 시즌4를 다시 보다보면
에피7에서 엄청난 떡밥이 투하된다.
여기서부터 또 시리즈 끝까지 광속으로 질주 크리~~
시즌4 초대형 떡밥 : 토니형의 귀환(스포인가?)
시즌5의 충격은 좀 심각해서 꽤 오랫동안 진도를 못나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래도 일단 다시 잡으면 마약 드라마의 명성을 재확인 시켜줌.
시즌5는 시즌2와 더불어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다.
중후반부 몰입감과 긴박감은 전 시즌 통틀어 최고다.
주요 캐릭터 올킬때문에 비호감이지만, 작품성은 최고였던 시즌5.
시즌4 엔딩이 최고라고 한다면, 시즌5 엔딩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그래서 결국 또 시즌6을 달리게 만드는 원동력을 제공하긴 하나,
모든 미드들이 시즌을 오래 끌고가다보면 결국 매너리즘에 빠지고
슬슬 재미가 없어지는 시점이 꼭 온다.
24의 경우 시즌5에서 정점을 찍고 시즌6부터 슬슬 시망의 길로 접어든다.
그래도 관성의 법칙에 따라 달리던 습관이 있어서 그냥 보긴 하는데,
중독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되고.
그래도 시즌6은 기존의 낯익은 패턴을 고수한데다 배우들 연기력으로 그럭저럭 중박.
(원래 시즌6는 시즌5 정도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야심차게 시작됐는데, 작가인지 스탭인지 하는 놈이
그만두면서 보복으로 인터넷에 스포를 대량 살포하는 바람에 각본을 전면 수정하면서 본의아니게
막장테크를 탄 경우라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다. 그래도 막장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어!! )
내리막의 시작 시즌6. 엄청난 혹평을 받았지만 그래도 7시즌보다는 낫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꼽는 최악의 시망시즌7.
프롤로그 격인 번외편 리뎀션까지 만들고 죽은 사람 어거지로 살려 등장시키며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플롯의 연결부재와 억지설정의 난무로 에피10 이후부터는 그냥 망해버림.
보다 지겨워서 중간에 건너뛰기 한건 이게 처음이었으니 말 다했지.
마지막 에피는 좀 눈물겨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삽질을 해놔서 회복불능상태로 종료.
잔해만 남은 시즌7 CTU. 대책없이 쓴 각본때문에 완전히 망해버린 시즌.
현재 시즌8이 극악의 시청률과 혹평속에 방영중인데, 요즘 좀 반전이 있는듯?
일단 시즌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24의 참맛은 24편 다 모아놓고 앉은 자리에서 몰아 보는게 최고 아니겠나.
그런데 다 보고나니 이제 볼게 없다는 허전함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우울증이 심했었는데 이거 보느라고 우울증이고 뭐고 생각도 안나드만...
파머 아저씨를 따라서 델타포스 특수전을 그린 The Unit을 보기 시작하긴 했는데,
에혀......
딱히 재미없는건 아닌데 내가 원하는 중독성과 몰입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원래 이런게 딱 내 취향인데 24를 보기 전에 봤어야 할 것을...ㅠㅠ
24의 파머 아저씨가 델타포스 원사로 나오시는 더 유닛.
24 휴방기에 땜빵으로 만들었다는 프리즌 브레이크는 24를 보기 전에 시즌1만 봐야
약발이 제대로 듣는다고 하고, 요즘 한참 날리는 덱스터는 비위가 약해서 못보겠고,
그 유명하다는 CSI는 한편 보긴 했는데 폐소공포증 일으키는 에피를 잘못봐서
일종의 트라우마를 형성해버렸다.
여자들 떼로 나와서 울고짜고 싸우고 화해하고 지지고 볶는 류의 드라마는 살떨리게
싫어하니 애초에 열외.
아, 젠장...볼 게 하나도 없어 !!
정말 누구 말대로 기억을 싹 지우고 시즌1 부터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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