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길고긴 휴방 기간에 매 에피소드마다 실망스러운 내용의 연속이었지만 몇년째 봐온 드라마라서
팬심 하나로 억지로 꾸역꾸역 봐왔는데 드디어 418에서 한계에 도달했다.
417로 바닥찍고 다음회부터는 반등하겠지 했는데, 지하실을 보여준게 418.
이제 에피소드 4개만 방영되면 4시즌이 끝나는 마당에,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건가.
1,2시즌은 일견 옴니버스로 보이는 포맷 안에 등장인물의 과거사와 각 캐릭터의 관계를 엮어넣고
중간중간 큼직한 사건을 끼워넣어서 시즌 피날레까지 흘러가는 큰 흐름이 있었고, 3시즌은
전 시즌까지의 포맷에서 좀 벗어나서 전반은 인사부, 후반은 사마리탄이라는 주된 스토리의
흐름이 있었는데, 4시즌은 지금 이 시점까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건지 모르겠다.
418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건,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 과잉에 전체 스토리가 어찌나 산만한지
전혀 집중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왜 각본과 연출이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가는가.
그리고 모든 장르의 드라마가 결국 전가의 보도 연애로 귀결되는 막장 한드처럼, 드디어 퍼오인도
'넘버를 구하다가 연애하는 드라마'로 퇴행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전 에피에서 지속적으로 암시를 하던 리스와 정신과 의사의 러브 라인은 418에서 드디어 확정됐고,
예상은 했지만 절대 금기인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연애를 공중파에서 대놓고 보여줬다는건 역시 쇼킹했다
3시즌에 거하게 망가지고 시즌 막판에는 쩌리급으로 전락했던 리스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돌이킬수 없을
정도의 캐릭터 붕괴를 일으켰다.
드라마 시작할때부터 간판급 주연에 몸값이 제일 비싼 배우에게 적당한 롤과 분량 배분은 해야겠고,
캐릭터는 이미 망가지고 별로 하는 일도 없으니 머리를 쥐어짜다못해 주인공이 연애를 시작하는걸로
결론을 내린 제작진의 고육지책이라는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막장이 된 드라마와 캐릭터는
구제할 방법이 없고, 보는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동료 한명은 생사가 묘연하고, 번호는 계속 나오고 일할 사람은 부족한 상황에 상담이나 하러다니는
상황이 이해가 안됐는데, 결국은 이런 심각한 시기에 연애나 하러 다닌거라는 결론이 되어버렸으니.
이쯤되면 리스를 빼야 정상인데, 껍데기만 남은 캐릭터라도 상징성이 있어서 빼기도 쉽지않을테고
완벽한 계륵이 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드라마에 민폐나 끼치는 리스.
그리고 연애질 외에는 이번 에피에서 뭘 했는지 기억에 없는 리스가 나오는 장면보다는 훨씬 볼만했지만
핀치와 루트의 이야기도 다른 때에 비해 연출이 너무 극단적이고 감정적이었다.
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 기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베스를 죽이려고 하는 루트와, 그걸 막기 위해 신경독을
마셔버리는 핀치의 의견 충돌은 지금까지 봐왔던 패턴과는 다르게 뭔가 너무 들뜨고 산만해서, 각자 입장이
다른 두 사람의 절박감을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했다.
이건 사실 루트 성격의 핵심적인 변화와, 쇼의 죽음을 비롯한 그동안의 사건때문에 심지 굳은 핀치도
모든걸 포기할수 있을 정도로 상처받았다는걸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배우들은 최선을 다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결정적으로 어수선한 연출이 배우들의 노력을 허공에 날렸다.
317과 405처럼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도 각 등장인물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절절하게 표현해주던 그 퍼오인은
대체 어디로 실종된거냐.
(각본과 연출을 총괄하던 supervisor가 가출을 했나...걸작 드라마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네)
그리고 406에서 뭔가 그럴듯한 반격을 준비한것 같았던 핀치의 계획은 결국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는데
뿌린 떡밥을 회수한건 사실이지만, 전 시즌까지 보여줬던 떡밥 회수 방식을 생각하면 상당히 실망스럽고
조악한 방법이 아닐수 없다. 결국 4시즌은 사마리탄에게 철저히 밟히기만 하다가 끝날 계획인가?
마이클 에머슨의 연기는 언제봐도 나무랄데가 없었지만, 근본적으로 연출과 각본이 막장 테크를 타게 되면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드라마를 살릴수는 없다는걸 보여주는게 최근에 나온 에피소드의 공통점이다.
418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건 이번 넘버인 현상금 사냥꾼 프랭키뿐이다.
밤낮 마음에 안드는 조연들이 득실대서 속터지다가, 시원시원하고 매력있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서
오랜만에 볼만했는데, 거기에 또 비호감 사기꾼 하퍼 로즈와 무미건조 스토리를 더하니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상쇄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퍼 로즈가 말빨 하나로 모든 상황을 해결하는 장면은 개연성 부재에다 너무 억지스러워서 도무지
설득력이 없었고, 덕분에 리스의 무능력만 더 부각시켜 버렸다.
프랭키의 동기가 개인적인 원한이라는걸 알아낸 것도 결국 퍼스코의 추리 덕분이었으니, 정말 리스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연애사업 말고는 한게 없다.
(사실 드라마에서 리스가 몸빵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안한지는 꽤 되긴 했지....)
4시즌 시작할때만 해도 이번 시즌이 이 정도로 망가질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요즘은 매회
방송을 봐주는게 솔직히 좀 버거울 지경이다.
뭐 재미가 있어야 볼 맛이 날거 아닌가....인간적으로 최근의 퍼오인은 너무 재미가 없다.
411까지는 발연기 조연들 몇명을 제외하면 정말 괜찮은 흐름으로 갔었는데, 그 이후 쇼를 찾아다니는
에피소드부터 좀 지루해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넘버를 구하는 내용이 시작된뒤에는 415 정도를
제외하면 드라마가 걷잡을수 없이 망가지고 있는것 같다.
5시즌에 폼을 회복하기 위해 4시즌의 절반을 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포기도 적당히 해야지 이런식으로 계속 무너져내리면 패자 부활전의 기회도 없다.
이미 기존 시청자들은 다 떠나간 다음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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